“복합기업이 포효하며 되돌아오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주목해야 할 경영 트렌드로 1980년대 이후 비효율적인 경영형태로 지탄받았던 복합기업의 부활을 꼽았다. 복합기업은 연관성이 적은 사업을 여러 개 영위하는 일종의 기업집단으로 한국의 대기업과 비슷한 형태다.

복합기업이 각광받는 첫 번째 이유는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 기업들의 성공에 있다. 컨설팅부터 철강 생산까지 하는 인도의 타타그룹과 한국의 삼성이 좋은 예로 꼽혔다.

타타화학은 타타컨설팅과 힘을 합쳐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정수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점차 주력산업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는 경영 이론가들의 예상을 깨고 복합기업 체제를 유지한 삼성은 정보기술(IT) 분야의 거인이 됐다”고 소개했다.

미국 500대 기업의 현금 보유액이 1조달러에 이르는 등 풍부한 자금을 가진 선진국 기업들도 이를 바탕으로 복합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합기업과 거리가 멀었던 (워런 버핏의) 벅셔해서웨이도 이 흐름에 올라타고 있다”며 “기업들은 조달 리스크가 없는 사내 유보금을 모험사업에 적극 투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조업에서는 물건의 외형을 그대로 복제하는 3차원 인쇄(3D 프린터) 기술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부터 항공기 부품과 맞춤형 주방용품, 의료용 보형물, 장신구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내며 상용화 가능성을 본격 탐색할 것으로 보여서다.

이코노미스트는 “3차원 인쇄는 추가 비용 없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만큼 100년 전 포드가 자동차 대량생산을 시작한 것에 맞먹는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별 사업분야에서는 자동차와 IT·통신, 엔터테인먼트의 업황이 호전될 것으로 관측했다. 관련 상품의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개선되는 데 따른 것이다.

반면 은행업은 암울한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에너지 산업도 침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과 사우디아라비아 카자흐스탄의 신규 유전 개발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