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자문형 랩어카운트 시장이 올해 곤두박칠쳤다. 이에 따라 투자 자산의 리밸런싱(재분배)이 내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자문형 랩의 계약잔액은 9조1800억원으로 고점을 형성했다. 이후 자금은 연일 빠져나가 9월 말 현재 4조25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고점 대비 53.7% 급감한 수치다.

자문형 랩 계약 건수도 6만6600개로 고점보다 39.7% 줄어들었다.

자문형 랩은 펀드와 달리 10~20개 소수 종목만 편입, 장세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0년 대형 우량주 중심의 지수 상승기와 맞물리면서 신설 자문사인 한국창의투자자문의 자문형 랩에는 이틀 동안 5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위기 우려 등으로 증시가 급락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수익률이 급감하면서 자문형 랩은 각광받던 투자대안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한 증권사 랩 담당 관계자는 "지수 하락기에도 대부분 자문형 랩의 주식편입 비중은 70%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며 "탄력적으로 투자자산 비중을 조절한다는 본연의 취지와 달리 일반 주식형 펀드와 별 차이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베타(변동성)를 낮추는 전략을 취한 자문사가 별로 없었다는 얘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자문형 랩의 최근 1년 수익률은 -20~-39% 손실 구간에 머물고 있다.

원소윤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자문형 랩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시중 자금을 많이 빨아들였기 때문에 무엇보다 손실을 회복하는 방안이 중요하다"며 "투자자산을 유망자산으로 재분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 애널리스트는 "기존 자문형 랩 대부분의 손실이 크기 때문에 안전자산 투자로는 만회가 안될 것"이라며 "'G2(미국·중국)' 주식형 펀드나 고위험 주가연계증권(ELS), 하이일드나 이머징 국공채 등 해외채권 등에 분산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