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쉐르빌’ 브랜드로 알려진 주택사업을 접는다. 주택사업은 삼성물산에서 전담하게 된다. 계열사의 빌딩 건축·리모델링은 삼성에버랜드가 주로 맡기로 했다.

삼성그룹이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계열사 간 건설사업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 내 여러 회사가 건설업을 하고 있는데,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삼성중공업은 본업인 조선에 집중하고, 계열사가 발주하는 공사는 물산과 에버랜드가 맡는 방향으로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조선사업 외에 건설사업을 벌여왔다. 지난 3년간 6~8%의 매출이 건설에서 발생했다. 쉐르빌 브랜드로 주택을 지었고 계열사 빌딩·공장 건축과 도로·교량·지하철 등 토목공사를 해왔다. 타워팰리스를 지은 곳도 삼성중공업이다.

2010년 이후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자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 2년간 1조원을 넘었던 매출(2010년 1조299억원, 2011년 1조736억원)도 올 3분기까지 6059억원으로 줄었다. 전년 동기(7853억원)에 비해 23% 감소한 수치다. 대한건설협회의 종합시공능력 평가액 기준 순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건설부문은 올해 26위로 2003년 11위에 비해 15단계 하락했다.

이에 따라 건설을 조선업에 필요한 자체 수요를 채우는 정도로만 유지키로 하고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건설사업부장을 맡고 있던 전태흥 부사장과 임직원 100여명을 삼성에버랜드 내 건설을 담당하는 E&A(Environment & Asset) 사업부로 전환배치하고 외부 수주는 산업설비에만 국한하고 있다. 1조원을 웃돌았던 수주잔액도 지난 9월 말 현재 7579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건설사업부 직원(정규직)은 2010년 말 860명에서 1년9개월 만인 지난 9월 말 555명으로 줄었다. 연말 조직개편이 확정되면 현재 5개 팀을 3~4개로 줄이고 10%가량의 임직원을 추가로 타 계열사로 전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계열사 건설 수요를 맡게 된 삼성에버랜드 E&A사업부는 확대되고 있다. 2010년 9216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조2271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1조4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용인에 짓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연수원, 제일모직의 김포 물류센터 공사 등을 에버랜드가 맡고 있다.

에버랜드는 전 부사장 등 삼성중공업 인력 100여명을 받아들인 데 이어 지난달부터는 시공, 설계 등을 담당할 수십여명 규모의 경력사원도 뽑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에버랜드는 1963년 설립 때부터 건설업을 해온 그룹 내 가장 오래된 건설회사”라며 “국내에 관리 보수해야 하는 건물이 늘어남에 따라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2007년 127조9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건설 시장은 2010년 103조2000억원으로 감소했다. 2011년 4대강 공사 등으로 110조원으로 늘었지만 올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공공건설 수주는 4대강 공사 완료로 2009년의 절반 수준인 29조원에 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