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검사장 출신의 변호사가 최근 부장검사의 10억원대 금품수수, 수습검사의 성추문 등 검찰의 잇따른 비리와 관련, 기업의 윤리경영을 해법으로 제시한 고언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퇴임한 조근호 전 법무연수원장(53ㆍ사법연수원 13기·사진)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매주 띄우는 ‘월요편지’ 10일자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과거에는 검사를 믿고 일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 가설이 깨져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조 변호사는 “저도 검사 시절 밥도, 술도 얻어먹고 골프도 얻어쳤다. 그런데 이번에 어느 기업의 차장급 직원이 협력업체 사장과 골프를 두 번 쳤다는 이유로 면직됐다”며 “검찰 구성원의 윤리의식이 기업보다 높다고 할 수 있는지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스폰서 검사’ 사건 때 부산고검장으로 현장을 생생히 지켜보기도 했다는 조 변호사는 “이제 검찰도 GE, 존슨앤드존슨 등 글로벌기업의 윤리경영 방식을 진지하게 연구해 한국 검찰에 맞는 윤리경영을 실천할 때”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어느 제도 하나가 검찰을 구할 것이라는 건 순진한 생각이며 윤리경영이 본질”이라며 “총장 임기제, 감찰부장 외부공모처럼 중수부 폐지가 ‘메시아’가 될 수는 없다. 재능이 있는 사람보다 옳은 사람을 뽑아야 하고 검사장 선발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