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중도로 수렴…안철수는 '한국의 햄릿'
“두 후보가 국민에게 더 많은 ‘경제적 선물’을 퍼주겠다며 포퓰리즘 경쟁을 하고 있다.”
브루스 클링너 미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10일(현지시간) 한국 대선에 대해 이같이 평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미 중앙정보국(CAI)과 국방정보국(DIA)에서 20년간 한반도를 담당한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다.
헤리티지재단이 이날 개최한 ‘한국과 일본의 선거 평가’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한 그는 “2007년 한국 대선은 경제를 살릴 후보를 뽑는 게임이었지만 이번에는 경제불평등과 경제민주화가 주된 이슈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보수파 새누리당은 4월 총선 이후 경제분야에서 좌로 이동했다”며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새누리당이 우리 아이디어를 훔쳐갔다’고 불평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정당이 복지확대 경쟁을 벌이며 유럽식 복지국가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누가 이런 부담을 져야 할지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이사장은 “한국 대선은 보수와 진보가 뚜렷이 구분되지 않고 중도로 수렴되는 양상”이라며 “반미 또는 한·미 동맹도 주된 이슈가 아니다”고 했다. 그는 “2007년 대선에선 정동영 후보가 한·미 동맹 회의론을, 2002년에는 노무현 후보가 반미 주장을 내놨지만 지금은 그런 후보가 없다”고 말했다.
플레이크 이사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산(legacy)과 노무현 전 대통령 유산의 대리전 성격이 짙다”고 진단했다. 클링너 연구원도 “이번 대선에 4명의 후보가 뛰고 있는데 2명의 또 다른 후보는 노무현,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이라고 했다.
대북문제와 관련해 클링너 연구원은 “두 후보 모두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비해 더 탄력적인 대북정책을 내놨다”며 “누가 당선되든 앞으로 양국 간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클링너 연구원은 “한국의 빌 게이츠라기보다는 한국의 햄릿에 가깝다”며 “대선에 등장한 것이나 사퇴한 것이 모두 갑작스러워서 혼란을 부추겼다”고 평했다. 플레이크 이사장은 “안 전 후보는 정치인이 아니라는 매력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후보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매력이 줄었다”고 말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