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오전 9시49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장거리 로켓 ‘은하3호’를 쏘아 올렸다. 북한의 조선중앙TV는 발사 후 1시간30분 만에 일제히 위성이 예정 궤도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조나단 맥도웰은 “탑재된 위성 로켓이 궤도에 완전히 성공적으로 진입했다”고 분석했고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 역시 북한 인공위성이 성공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로켓 발사는 외부에서 볼 때 직전까지만 해도 연기될 것으로 분석되는 등 극도의 보안 속에서 강행됐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출범과 강성대국 진입을 알리기 위해 김일성 생일 100주년을 기해 올해 4월13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도했으나 당시 ‘은하3호’의 발사는 실패로 끝났다. 따라서 이번 발사는 북한 김정은 체제에 있어 올 한 해가 넘어가기 전 과거 실패를 만회하고 실추된 내부 이미지 회복이라는 일차적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즉 내부 정치적 수요의 우선적 고려가 국제 사회의 경고에도 로켓 발사를 강행하게 된 것이다. 이는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을 실천해 김정은 체제결속을 다지며 내부충성심 결집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외적인 의도도 보인다. 장거리 로켓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발사추진체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핵 운반 수단으로서 협상용 대미·대남 압박의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과거 2009년 4월 2차 추진체 분리 성공 이후 핵을 성공적으로 운반할 수 있는 로켓 발사 기술은 2012년 ‘광명성3호’로 추정된 로켓의 실패로 인해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궤도 진입까지의 성공은 우주과학기술뿐 아니라 발사체로서도 북한의 로켓기술이 발전했음을 볼 수 있다.

북한이 이 같은 발사 기술을 보유했다는 점은 향후 협상에서 새로운 국면을 만들 것이다. 사거리 확보라는 점에서 확실한 대미·대남 압박 카드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중국, 한국, 일본의 새로운 체제 출범에 앞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부각시킴으로써 협상국면을 조성하려는 의도도 보인다. 여러 의미를 종합해 볼 때 로켓 발사로 인해 북한이 의도했던 대내외적 목적은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관련국 등 국제사회의 반응과 대응도 주목된다. 남한의 새 대통령 당선자의 대북정책은 물론 북한의 김정은 체제도 그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 사회는 제재조치를 취하겠지만 그 수위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번 로켓발사는 명백한 유엔안보리 결의 1874호와 1718호 위반이자 한반도와 세계평화에 대한 도전이며 위협이다. 지난 4월 유엔 안보리는 의장성명을 통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경고했기 때문에 제재 조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새로운 안보리 결의, 의장성명, 추가적 금융제재 등이 논의되고 있으나 제재 결의안보다는 의장성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두 가지 점에서 그런 분석이 가능하다.

첫째, 제재 강도의 수위에 따라 북한에서 재차 핵실험이란 무리수를 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중국이나 러시아는 의장 성명이 아닌 추가제재 결의에는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북한의 로켓 발사 때마다 일었던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대해 중국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2009년 4월 발사 때도 관련국들에 “냉정과 자제가 필요하다”며 북한에 대한 비난 수위를 낮췄다. 특히 중국은 이번 북한의 발사실험 이전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인정하면서도 공식성명에서는 북한에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상대적으로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입장 변화가 없는 한 높은 수준의 제재결의는 제한적이다.

예상보다 빨랐던 북한 로켓 발사는 대선정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보수 입장에 서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대북정책 추진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대북정책인 북방한계선(NLL) 공동어로구역과 남북경제연합 추진에는 영향이 있을 것 같다.

박정진 < 경남대 교수·국제정치 jjpark0914@yaho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