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25년, 日증권사 생존전략③]'나만의 상품'으로 생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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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권산업이 위기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거센 풍파 속에서도 살아남았던 국내 증권사들이 이제는 자신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외부 충격에 따른 일시적 '쇼크'에는 강한 내성과 복원력을 자랑했지만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적 하락)과 이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줄기 앞에서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한국경제신문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은 백척간두에 놓인 한국 증권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불안한 경제 환경과 주식시장 정체 속에서도 살아남은 일본 증권사들에 주목했다.
부동산과 IT(정보기술) 버블 붕괴, 이에 따른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서 일본 증권사들이 어떤 생존전략으로 살아 남았는지를 현지 취재를 통해 속속들이 살펴봤다. <편집자 주>
일본이 지난 25년간 디플레이션을 겪으면서 금융투자업계에도 '적자생존'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됐다. 혹독한 환경에 적응한 강자만 살아 남았다.
대형 증권사가 자산관리형 모델로 정착하는 동안 중소형 증권사들은 니치마켓(틈새시장)을 공략했다. '나만의 상품'으로 생존을 꾀한 것이다. 아이자와증권과 SBI증권이 그 대표주자다.
◆아이자와증권, 성장 가능성 큰 아시아시장 '정조준'
지난달 27일 도쿄 니혼바시(日本橋) 아이자와증권 본사에서 만난 오이시 아츠시 아이자와증권 기획부장(사진)은 인터뷰 내내 자신감을 내비쳤다. 타 증권사보다 아시아 주식시장을 선점했다는 자부심이 강했다.
오이시 부장은 "2000년 타 증권사들이 중국 시장에만 집중할 때 아이자와증권은 처음부터 한국과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시장'에 중점을 맞춰 해외 주식 매매 서비스를 제공했다"며 "일본은 성장을 멈췄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고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해 비즈니스 기회로 삼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자와증권이 현재 투자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는 총 12곳으로 늘어났다. 자연히 리서치센터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해외 시장의 상황에 따라 리서치센터에서 추천한 유망 시장과 종목을 고객들에게 권유한다. 해외 주식을 미리 매수해뒀다가 투자자들에게 파는 타 증권사들과 달리 투자자들이 해당 국가 주식시장에 실시간으로 주문을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한 것도 아이자와증권의 특징이다.
아이자와증권은 지난해 일본 내에서 한국 직접투자 비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국 유진투자증권과 손잡고 '유진ㆍAIZ 한일 굿초이스 펀드'를 출시한 덕분이다.
오이시 부장은 "지난해 3월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이후 일본에서 빠져나간 미국과 유럽계 자금이 한국으로 이동해 증시가 상승하기 시작했다"며 "이에 주목해 전사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을 공부하고 투자 방법을 궁리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태국이 해외 주식 매매의 중심이 되고 있다. 지난해 8월 태국에서 홍수가 발생하자 리서치센터에서는 홍수 피해 복구 기업들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올해부터 투자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 7~9월 아이자와증권의 태국 주식 거래대금은 89억5600만엔으로 같은 기간 아시아주식 매매거래대금 중 42.7%를 차지했다.
해외 주식을 다루다보니 해외 증권사와의 연계를 통한 직원 연수도 중요하다. 아이자와증권에서는 홍콩, 한국 등 현지 증권사 직원들을 일본에 초청해 해외 시장 상황과 투자 유망 종목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듣는다.
외국인 직원을 스카웃하는 대신 해외 증권사와의 협력을 택한 것은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어야만 빠른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현지화 전략'이다. 또 아이자와증권을 통해 현지 증권사들의 주식 매매가 늘어날 수 있어 정보 제공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이러한 노력 덕에 지난 2분기(7~9월) 아이자와 증권의 외국주식 위탁수수료는 15억700만엔을 기록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부침은 있지만 최근 1년간 분기별로 10억~20억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환율 수익이 더해지면 해외주식거래 수익은 보다 늘어난다.
그는 "제로금리에 익숙한 일본 투자자들은 투자한 해외 주식의 수익률이 1~2%대만 되도 이익 실현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회전율이 높은 만큼 증권사 수익에는 오히려 도움된다"고 설명했다.
◆SBI증권, 온라인에서도 투신, 외채 간편하게 매매
SBI증권은 온라인증권사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 거래에 만족하지 않고 취급상품을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투자신탁, 해외 채권 등을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SBI증권의 강점이다.
1999년 증권업 규제 완화로 일본 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한 온라인증권사는 파격적인 수수료를 무기로 개인 주식 매매 시장을 독점해갔다.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증권사들과 달리 인건비 등 인프라 비용이 상당히 적기 때문에 주요 온라인증권사 5곳은 모두 흑자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SBI증권은 흑자에 안주하지 않는다. 최근 SBI증권은 인터넷상에서의 취급 상품 다양화로 제 2의 도전기를 적어 내려가고 있다. 국내 주식 매매 수수료 비중이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타 온라인증권사들과 달리 해외 주식, 해외 채권, 투자신탁, FX, 장외파생상품(CFD) 등 취급 상품을 다양화하고 있는 것이다.
스즈키 다케루 SBI증권 경영기획부장(사진)은 "국내 주식 매매 수수료 비중이 높으면 증시가 정체됐을 때 수익이 변동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판매 상품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투자신탁, 해외 채권 등의 상품을 늘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SBI증권은 1200개가 넘는 투자신탁 상품을 고객이 손쉽게 고를 수 있도록 만든 독자적인 카테고리(F서치) 기능을 구축했다.
SBI증권은 또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멕시코 통화 외채를 인터넷에서 처음 발매한 바 있다. 현재 브라질 레알화, 러시아 루브르화도 다루고 있다.
스즈키 부장은 "인터넷으로 보고 자기 스스로 상품을 고르기 때문에 고객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도쿄(일본)=한경닷컴 김효진 기자·정인지 기자 jinhk@hankyung.com
후원 : 금융투자협회
외부 충격에 따른 일시적 '쇼크'에는 강한 내성과 복원력을 자랑했지만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적 하락)과 이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줄기 앞에서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한국경제신문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은 백척간두에 놓인 한국 증권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불안한 경제 환경과 주식시장 정체 속에서도 살아남은 일본 증권사들에 주목했다.
부동산과 IT(정보기술) 버블 붕괴, 이에 따른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서 일본 증권사들이 어떤 생존전략으로 살아 남았는지를 현지 취재를 통해 속속들이 살펴봤다. <편집자 주>
일본이 지난 25년간 디플레이션을 겪으면서 금융투자업계에도 '적자생존'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됐다. 혹독한 환경에 적응한 강자만 살아 남았다.
대형 증권사가 자산관리형 모델로 정착하는 동안 중소형 증권사들은 니치마켓(틈새시장)을 공략했다. '나만의 상품'으로 생존을 꾀한 것이다. 아이자와증권과 SBI증권이 그 대표주자다.
◆아이자와증권, 성장 가능성 큰 아시아시장 '정조준'
지난달 27일 도쿄 니혼바시(日本橋) 아이자와증권 본사에서 만난 오이시 아츠시 아이자와증권 기획부장(사진)은 인터뷰 내내 자신감을 내비쳤다. 타 증권사보다 아시아 주식시장을 선점했다는 자부심이 강했다.
오이시 부장은 "2000년 타 증권사들이 중국 시장에만 집중할 때 아이자와증권은 처음부터 한국과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시장'에 중점을 맞춰 해외 주식 매매 서비스를 제공했다"며 "일본은 성장을 멈췄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고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해 비즈니스 기회로 삼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자와증권이 현재 투자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는 총 12곳으로 늘어났다. 자연히 리서치센터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해외 시장의 상황에 따라 리서치센터에서 추천한 유망 시장과 종목을 고객들에게 권유한다. 해외 주식을 미리 매수해뒀다가 투자자들에게 파는 타 증권사들과 달리 투자자들이 해당 국가 주식시장에 실시간으로 주문을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한 것도 아이자와증권의 특징이다.
아이자와증권은 지난해 일본 내에서 한국 직접투자 비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국 유진투자증권과 손잡고 '유진ㆍAIZ 한일 굿초이스 펀드'를 출시한 덕분이다.
오이시 부장은 "지난해 3월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이후 일본에서 빠져나간 미국과 유럽계 자금이 한국으로 이동해 증시가 상승하기 시작했다"며 "이에 주목해 전사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을 공부하고 투자 방법을 궁리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태국이 해외 주식 매매의 중심이 되고 있다. 지난해 8월 태국에서 홍수가 발생하자 리서치센터에서는 홍수 피해 복구 기업들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올해부터 투자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 7~9월 아이자와증권의 태국 주식 거래대금은 89억5600만엔으로 같은 기간 아시아주식 매매거래대금 중 42.7%를 차지했다.
해외 주식을 다루다보니 해외 증권사와의 연계를 통한 직원 연수도 중요하다. 아이자와증권에서는 홍콩, 한국 등 현지 증권사 직원들을 일본에 초청해 해외 시장 상황과 투자 유망 종목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듣는다.
외국인 직원을 스카웃하는 대신 해외 증권사와의 협력을 택한 것은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어야만 빠른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현지화 전략'이다. 또 아이자와증권을 통해 현지 증권사들의 주식 매매가 늘어날 수 있어 정보 제공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이러한 노력 덕에 지난 2분기(7~9월) 아이자와 증권의 외국주식 위탁수수료는 15억700만엔을 기록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부침은 있지만 최근 1년간 분기별로 10억~20억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환율 수익이 더해지면 해외주식거래 수익은 보다 늘어난다.
그는 "제로금리에 익숙한 일본 투자자들은 투자한 해외 주식의 수익률이 1~2%대만 되도 이익 실현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회전율이 높은 만큼 증권사 수익에는 오히려 도움된다"고 설명했다.
◆SBI증권, 온라인에서도 투신, 외채 간편하게 매매
SBI증권은 온라인증권사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 거래에 만족하지 않고 취급상품을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투자신탁, 해외 채권 등을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SBI증권의 강점이다.
1999년 증권업 규제 완화로 일본 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한 온라인증권사는 파격적인 수수료를 무기로 개인 주식 매매 시장을 독점해갔다.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증권사들과 달리 인건비 등 인프라 비용이 상당히 적기 때문에 주요 온라인증권사 5곳은 모두 흑자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SBI증권은 흑자에 안주하지 않는다. 최근 SBI증권은 인터넷상에서의 취급 상품 다양화로 제 2의 도전기를 적어 내려가고 있다. 국내 주식 매매 수수료 비중이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타 온라인증권사들과 달리 해외 주식, 해외 채권, 투자신탁, FX, 장외파생상품(CFD) 등 취급 상품을 다양화하고 있는 것이다.
스즈키 다케루 SBI증권 경영기획부장(사진)은 "국내 주식 매매 수수료 비중이 높으면 증시가 정체됐을 때 수익이 변동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판매 상품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투자신탁, 해외 채권 등의 상품을 늘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SBI증권은 1200개가 넘는 투자신탁 상품을 고객이 손쉽게 고를 수 있도록 만든 독자적인 카테고리(F서치) 기능을 구축했다.
SBI증권은 또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멕시코 통화 외채를 인터넷에서 처음 발매한 바 있다. 현재 브라질 레알화, 러시아 루브르화도 다루고 있다.
스즈키 부장은 "인터넷으로 보고 자기 스스로 상품을 고르기 때문에 고객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도쿄(일본)=한경닷컴 김효진 기자·정인지 기자 ji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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