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리티시항공이 지난 3일 오전 10시45분 인천공항~런던 노선에 취항하면서 14년 만에 본격적인 운항을 개시했다. 브리티시항공은 세계 3대 항공 동맹체인 ‘원월드’ 창립 멤버이자 전 세계 75개국 150개 도시에 3600만여명의 여객을 수송하고 있는 유럽 최대 항공사다. 1988년부터 10년간 서울(김포공항)~런던 노선을 운항했지만 외환위기 여파로 1998년 운항을 중단했다. 브리티시항공이 14년 만에 인천공항에 다시 취항하게 된 이면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적극적인 비즈니스 활동이 있었다.

○사상 최대 여객실적 기록

인천공항공사는 그간 항공노선 확대를 위해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 및 인천공항 내 네트워크가 취약한 원월드 동맹 항공사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특히 원월드의 핵심 멤버인 브리티시항공과 아메리칸항공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천공항 직원들은 세계 항공사 관계자들이 모이는 세계루트회의와 항공사 본사에서 이들 항공사와의 지속적인 미팅을 통해 인천공항 취항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그 결과 브리티시항공 취항을 이끌어냈고, 내년 5월엔 아메리칸항공이 취항한다.

국제공항 사업은 독점에 가깝다.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여행객을 늘리는 것도 여행사나 항공사의 몫이지 공항의 몫이라고 보긴 어렵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공항에는 ‘영업’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은 과거 ‘운영본부’로 불리던 부서의 이름을 아예 ‘영업본부’로 바꾸는 등 기존의 관행을 깨고 적극적인 영업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루트회의 등 항공노선 개발 회의 참가, 타깃 항공사 본사 방문 등 신규 항공사 유치 활동과 더불어 이미 취항하고 있는 항공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여객 및 환승객 증대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항공사의 영업 활동을 촉진시키기 위해 환승 인센티브제 등도 시행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유럽지역 대형항공사인 브리티시항공과 피치항공 등 4개 항공사의 신규 취항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취항한 항공사들의 적극적인 노선 개발로 22개의 신규 노선이 개설되면서 사상 최대 여객 실적을 기록했다.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여객 수는 올 들어 지난달 25일까지 연 3514만명을 기록해 지난해 여객 실적인 3506만명을 돌파했다. 연말까지 약 3890만명의 여객실적이 예상돼 사상 최대의 여객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인천공항은 보고 있다.

○세계가 인정하는 인천공항의 마케팅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해 중국과 일본의 13개 도시를 공략 대상으로 정해 현지 주요 여행사를 대상으로 인천공항의 환승 편리성을 설명하는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를 통해 환승공항으로서의 인지도를 높이고 베이징, 상하이, 도쿄, 오사카를 경유하던 환승객을 대거 끌어올 수 있었다. 일본과 중국의 항공사 및 여행사 관계자들은 공항 관계자가 직접 해외 마케팅에 나선 데 대해 놀라는 표정이 역력했다는 게 인천공항의 설명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인천공항은 지난 10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영국 UBM에이비에이션이 개최한 ‘2012년 세계루트회의 항공마케팅’ 시상식에서 ‘아시아지역 항공마케팅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올해 브리티시항공 유치, 여객 및 환승객의 역대 최대치 기록 등과 같은 마케팅 실적을 인정받아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이다.

지난 8월에도 미국 여행전문지인 이그제큐티브 트래블이 선정한 ‘2012 리딩에지어워드 마케팅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개월 간격으로 연이어 국제적인 마케팅 관련 상을 수상한 것이다. 특히 이번 수상은 세계 주요 항공회사들의 직접 투표를 통한 결과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정부가 적극적인 항공협정을 통해 항공노선 및 공급력 증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다”며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국적사 공동프로모션 및 유관기관 협력을 통해 환승객 증대 마케팅 활동을 적극 추진한 노력이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