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사진)은 지난 13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 페난슐라호텔에서 인천국제공항을 대표해 ‘세계최고공항상’을 수상했다. 지난 5월 국제공항협의회(ACI)의 공항서비스평가(ASQ) 7연패에 이어 세계적인 여행전문지 글로벌트래블러가 선정한 세계최고공항상(서비스평가)을 7년 연속 수상한 것이다. 조사 대상인 해외 이용객 대다수가 가장 인상이 좋았던 공항으로 인천공항을 꼽았다고 한다.

이 상을 받기 위해 지난 11일 볼품없는 천 가방을 들고 대한항공 KE023편으로 LA행 비행기에 오르려는 이 사장을 인천국제공항공사 집무실에서 만나 소감을 들었다. 이 사장은 “최고 공항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상주기관과 공항 종사자들이 합심해서 빠르고, 편리하고, 깨끗하고, 친절한 공항을 만들자는 의지와 노력의 결과이며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해부터는 문화와 혼(魂)이 깃든 서비스 향상은 물론 여객당 매출액, 환승률, 여객 증가 등 국제적 경쟁대상을 글로벌 스탠더드를 능가하는 지표로 삼아 계속 성장하는 허브공항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 출장 때마다 허름하고 볼품없는 조그만 천 가방을 들고 다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이 가방은 몇 년 전 어느 행사 때 기념품으로 받았는데, 가볍고 튼튼해서 출장 때 안성맞춤이죠. 지난 3월 핵안보정상회의 때 인천공항에서 본 국가원수들 가운데 리투아니아 여성 대통령은 일반 비행기의 비즈니스석을 타고 왔으며, 면세점에서 본인이 직접 물건을 사고 카드 사인도 하더군요. 핀란드 대통령은 핸드캐리어를 끌고 입국했고,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외투를 직접 팔에 걸치고 들어오더군요. 리더라고 해서 화려할 필요는 없죠.”

▶글로벌트래블러 시상은 어떤 것입니까.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트래블러는 비즈니스 및 일반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권위 있는 프리미엄 항공여행전문잡지로 매년 3만명의 온·오프라인 독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통해 전 세계 항공사와 공항, 호텔, 관광지, 기타 등 5개 분야 60개 부문에서 최고를 선정합니다. 올해 인천공항이 1위, 싱가포르와 뮌헨, 뒤셀도르프공항이 각각 2, 3, 4위를 차지했습니다. ”

▶공항 간 경쟁이 거세져서 더욱 경쟁력을 갖춰야 할 텐데요.

“중국 공항 등 주변 국가 공항들이 확장 추세여서 규모 측면에서는 인천공항이 경쟁 공항보다 뒤처져 있는 게 사실입니다. 40억달러를 들여 내년 착공할 3단계 사업으로 제2 여객터미널을 신설하고, 화물터미널을 확장할 예정입니다. 2017년 3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현재 연간 여객 4400만명, 화물 450만의 처리량이 연간 여객 6200만명, 화물 580만의 처리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화물처리는 세계 1위로 발돋움할 것입니다.”

▶공항 규모도 중요하지만, 환승객 유치 등 다양한 전략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환승객도 경쟁의 핵심이죠. 그래서 기존 운영본부를 영업본부로 바꾸고 환승여객 증대, 항공사 유치, 단거리 노선 확충 등 항공마케팅과 적극적인 영업전략을 펴고 있어요. 그간 항공노선 개발과 취항하지 않는 항공사를 방문하고 기존 취항 항공사와 긴밀한 협력으로 여객 및 환승객 증대 마케팅을 펼치며, 항공사에 대한 환승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결과 지난해 566만명이었던 환승객이 올해 675만명으로 전망됩니다. 20% 정도 증가한 셈이지요.”

▶삼성, GE 등 세계적인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현재 세계 최고 공항의 CEO라는 영예를 안고 있는데, 리더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리더는 공정하고, 투명하고, 룰을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판단기준도 국가와 국민과 몸담고 있는 기업에 도움이 된다면 소신껏 밀고 나가야죠. 외부의 쓴소리도 진정성이 있다면 겸허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공기업 성장론’을 앞서 주창하고 있는데, 어떻게 실천하고 있습니까.

“인천공항공사는 다른 공기업에서 보기 힘든 영업 마케팅부서가 있습니다. 성장과 함께 이익을 늘리기 위해서죠. 현재 3단계 사업에 돌입해 제2 터미널건설사업에 착수했는데, 공항 규모를 늘리고 허브화 기반을 다지지 위한 것입니다. 공항 주변에서 환승객 등 여행객들이 비즈니스와 엔터테인먼트, 휴식, 전시관람 등을 할 수 있도록 복합기능을 갖춘 에어시티도 개발할 겁니다. 고급인력을 양성하고 해외사업에 이들을 파견하며 외국 공항을 교육시키는 것도 성장 전략의 일환입니다.”

▶인천공항의 에어시티 청사진은 어떤 내용입니까.

“공항 주변에 민간투자를 통한 호텔 컨벤션, 관광위락, 쇼핑시설이 어우러진 공항복합도시인 에어시티 조성을 추진 중입니다. 지난 9월 파라다이스그룹이 여객터미널 남측 30만여㎡에 2018년까지 컨벤션과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 국내 최초의 복합위락시설 개발사업에 착수했어요. 활주로 서북쪽에도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대규모 복합위락단지를 조성할 겁니다. 2020년께 개발이 완료되면 연간 390만명의 항공수요 창출 및 5조원의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됩니다. ”

▶인천공항에는 이색적인 명소들도 많다는데요.

“공항철도와 여객터미널을 연결하는 인천공항교통센터에는 쇼핑은 물론 영화와 공연, 스케이트까지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과 여객터미널 4층 중앙에는 최근 조성한 한국문화거리가 있습니다. 이곳은 한국전통 누각을 모티브로 면세구역을 조망할 수 있고, 전통 랜드마크 건축물과 한국기념품, 전통음식 체험장소도 있습니다.”

▶인천공항의 10년 후는 어떤 모습일까요.

“올해 인천공항은 글로벌 공항전문기업을 향한 출발선상에 선 셈입니다. 세계 최고공항의 위상과 브랜드 파워로 운영노하우 등 컨설팅 위주의 해외사업을 해외공항 지분 참여와 경영 참여 등으로 확대 추진해 나갈 겁니다. 또 공항 주변의 에어시티 개발 완료로 여행객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줘 세계인이 꼭 와보고 싶은 공항이 될 겁니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