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AC(한국능률협회컨설팅)는 1993년 고객만족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기업의 내부경영 수준과 체계를 평가하는 고객만족경영대상을 만들었다. 제정 20주년을 맞아 한국의 고객만족 경영의 변화를 짚어보는 ‘고객만족경영’ 좌담회를 열었다. 관련 학자와 산업계 전문가들을 초청, 향후 기업이 경쟁력 향상을 위해 고객만족을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 전략을 들어봤다. 이날 좌담회엔 이유재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정대표 한국소비자원장, 허태학 CS리더스클럽 위원장(전 삼성에버랜드·호텔신라 사장)이 참석했고 김종립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사장이 사회를 봤다.

▶김종립 사장=고객만족경영대상을 처음 시행한 1990년대에는 고객만족(CS)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다. 실제 기업에서 고객만족 경영의 방법론을 받아들인 방식은 어땠나.

▶허태학 위원장=경영자로서 돌이켜보면 고객만족은 경영의 나침반 역할을 해준 핵심철학이었다. 호텔신라, 삼성석유화학 등 서비스와 제조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거치는 동안 고객만족은 경영의 핵심 목표가 됐다. 고객 응대 시 ‘인사를 잘 하기’, ‘친절하기’ 등 단순한 서비스 개선 중심의 활동에서 기업의 가치사슬 전체를 다루는 총체적인 혁신으로 자리잡았다.

▶김 사장=학계와 연구계에서 기업의 고객만족경영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실제로 경영 성과에는 어떤 효과를 미치는지 연구한 결과는 어떤가.

▶이유재 교수=고객만족경영은 차별요인이 아닌 필수요인으로 자리잡았다. 기업뿐 아니라 공공기관, 대학에도 도입됐다. 업계와 학계에선 고객만족 경영의 수준을 더 높여야 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기업에선 아직도 고객만족경영을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학계에선 고객만족이 기업성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다양한 접근법을 통해 분석하고 있다. 만족이 높아지면 고객의 재구매 의사가 커져 기업 성과를 높인다. 매출, 총자산순이익률(ROA) 등과 같은 수익 지표가 아니라 경제학자 토빈의 Q등과 같은 기업가치 지표도 높아지는 것을 증명했다.

▶허 위원장=B2B 기업을 예로 들면 고객만족 경영의 새로운 방법으로 지식경영, 6시그마경영, 디자인 경영을 도입했다. 원가절감, 안전 등 기업의 제반영역 혁신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도 고객만족경영을 도입한 덕이다.

▶김 사장=최근 대다수의 기업들이 고객만족을 핵심적으로 도입했지만, 소비자 피해를 해결하는 데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측면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정대표 원장=고객만족경영의 우선순위는 소비자 피해를 줄이는 것이다. 기업에서 소비자 피해 예방에 들이는 노력이 부족하다보니 소비자 피해구제 접수 건수가 2007년 2만2184건에서 2011년 2만7427건으로 20%가량 크게 늘었다. 2012년 8 월말 기준으로는 전년에 비해 10%나 증가했다. 제품 결함시 즉각 자발적 ‘리콜’을 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도 기업이 잘못을 인정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그러나 최근 한국소비자원의 연구에선 소비자의 88.8%가 “자발적 리콜을 한 업체를 신뢰한다”고 대답했다. 기업이 자율적인 문제 해결 노력을 할 때 소비자들이 알아 주는 것이다. 기업도 소비자들이 변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김 사장=민간시장뿐 아니라 공공서비스가 향상되면서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만족의 수준이 높아진 것 같다. 기업들은 고객의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어떤 노력을 해야하나.

▶허 위원장=요즘엔 ‘정보 전파 속도’가 빠르단 것을 염두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가야 한다. 고객 요구사항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고경영자의 고객에 대한 투철한 철학이 전제돼야한다. 상품(Product), 프로세스(Process), 사람(People) 등 기업 경영의 모든 자원과 활동을 고객 지향적으로 바꿔 리스크를 예방하는 게 핵심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업이 어떤 만족을 제공하는 지 잠재 고객에게까지 인식시키려 노력해야 한다.

▶이 교수=빅데이터(Big data)의 활용도 중요하다. 고객 니즈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을 통해 고객에 대한 통찰력을 높일 수 있다. IBM의 CEO인 버지니아 로메티는 “얼마나 많은 사업 영역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지가 기업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의 기업은 고객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잠재적인 필요를 간파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정 원장=소비자의 진화는 이미 시작됐다. 기업도 고객만족 경영의 틀을 넘어서 고객과 직접 소통해 소비자의 변화된 의식을 따라잡아야 한다. 고객의 의견을 받아들여 경영활동을 끊임없이 재정비해야한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톡톡(www.smartconsumer.go.kr)이 그 예다. 일종의 소통공간이다.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이용하면서 제품에 관한 각종 의견이나 질문을 올리면 해당 기업이 즉각 답변해 개선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김 사장=고객만족경영이 현장 응대 직원이나 서비스 직원에만 해당되는 사항에서 전사적인 경영, 빅데이터 경영으로 변화되는 게 놀랍다. 향후 어려운 경기 상황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허 위원장=CEO부터 말단 직원까지 ‘고객’을 향해 정렬해야 한다. CEO가 고객중심경영을 체화해야하고 직원들도 고객의 소리를 제대로 파악, 경영진에게 전달해야한다. “고객만족에는 최고(Best)는 없고, 최선(Better)만 있을 뿐이다”는 말을 자주 했다. 한편으론 고객만족경영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기업들은 고객만족경영을 비용이라기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여겨야 한다. 한순간도 쉼없이 고객만족을 추진하는 게 경영 혁신의 방법이다.

▶이 교수=이제 기업의 중심에 고객이 있다. 고객만족이 직원 개인, 특정 부서의 노력이 아니라 전사적으로 추진돼야 하는 이유다. 현실을 들여다 보면 상황은 좀 다르다. 고객만족지수를 측정할 시점이 되면 평가점수와 인사 고과에 영향을 받는 직원들은 조금이라도 더 점수를 높이기 위해 고객들에게 과잉친절을 베푼다. 이는 진정한 고객만족경영의 모습이라 할 수 없다. 고객만족경영은 제도나 평가를 위한 게 아니라 기업의 경영철학으로 접근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또 진정한 고객 중심의 경영이 이루어지려면 외부 고객뿐 아니라 내부 고객의 만족도도 높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행복한 직원만이 고객을 기쁘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원장=소비자 권익의 보호 차원에서 기업들에게 당부하고 싶은점은 첫째, 소비자 상담 조직을 강화하라는 것이다. 신속한 상담이 이뤄졌을 때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소비자에게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라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믿을 수 있는 제품에 지갑을 연다. 마지막으로는 소비자들은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수준까지 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사회와 환경 등을 위해 수익을 나누고 기여하는 기업에 소비자는 신뢰와 사랑을 보낸다. 치열해지는 경영상황 속에서도 소비자 지향적 관점에서 개선된 경영을 끊임없이 내놓고 실천한다면 진정한 고객 중심의 우량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다.

▶김 사장=지난 20년간 고객만족경영의 진화는 우리 산업과 경제를 질적 양적으로 성장시켜왔고, 국민 삶의 질과 국가 전반의 격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제 전사적으로 고객중심의 재정렬과 총체적인 경영혁신으로 새롭고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제시할 때다. 고객중심의 경영을 위해 고객만족활동뿐 아니라 조직의 전 부문이 고객 관점에서 하나의 유기체로 움직여야 한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