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뉘르부르크링 24시’ 종합 3위, 일본 ‘슈퍼GT 300’ 준우승….”

한국타이어가 올해 모터스포츠 경기에 출전해 받은 성적표다. 올 들어 각종 대회의 공식 타이어 공급업체로 선정돼 모터스포츠를 통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청신호가 켜졌다. 국내에는 아직 활성화돼 있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모터스포츠 경기가 유명 자동차 및 타이어업체들의 치열한 각축장이 된다. 극한의 상황을 견뎌내면서 제품의 품질과 기술력을 뽐낼 수 있어 브랜드 인지도 향상과 판매 촉진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레이싱 경기가 단순한 대회가 아닌 국가 차원의 문화 행사로 치러져 많은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모터스포츠 마케팅을 선도하고 있는 한국타이어가 거둔 성과와 레이싱 타이어 개발의 비밀, 향후 전략 및 과제 등을 3회에 걸쳐 분석한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미쉐린을 제치고 독일 투어링카마스터즈(DTM)의 공식 타이어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DTM은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3사의 자존심 대결로 잘 알려진 대회다. 덕분에 이탈리안 슈퍼스타즈에서는 별도의 성능 테스트를 거치지 않고 공급 업체가 됐다. 그만큼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 회사는 올해부터 이탈리안 슈퍼스타즈 외에 F3(포뮬러3), 스웨덴 ‘TTA 레이싱 엘리트 리그’ 등 유럽 각국 대회에 타이어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타이어 공급을 포함해 소속 및 후원팀이 출전한 대회도 27개에 이른다.

한국타이어가 모터스포츠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앞선 기술력을 선보여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이어 공급 및 경기 출전 과정에서 쌓은 기술 데이터는 초고성능(UHP) 타이어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에도 큰 도움을 준다.

이 회사는 2007년 독일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타이어 접지력을 크게 높이는 콤파운드(배합) 및 구조설계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한국타이어의 초고성능 타이어 ‘벤투스 S1 에보’에 적용됐다. 회사 측은 이 제품으로 2009년 아우디와 공급 계약을 맺었다. 지난 4월에는 ‘벤투스 S1 에보2’를 BMW에 공급하는 성과를 냈다.

한국타이어는 내년부터 참가하거나 후원하는 모터스포츠 대회를 40개 이상으로 늘려 레이싱 타이어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업계가 추산하는 레이싱 타이어의 세계 시장 규모는 1조원가량이다. 한국타이어는 4%의 점유율로 세계 시장 7위를 달리고 있다. 2014년에는 점유율을 7%로 확대, 이 부문 5위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타이어의 모터스포츠 마케팅은 조양래 회장의 둘째 아들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마케팅본부장)이 이끌고 있다. 올초 본사와 구주지역본부에 ‘모터스포츠 전담팀’을 만들어 직접 챙기고 있다. 그동안의 성과에 힘입어 레이싱 타이어를 포함한 초고성능 타이어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 6조4844억원 중 22%가량인 1조4123억원을 초고성능 타이어가 차지했다. 모터스포츠가 활성화된 유럽에서는 매출이 전년보다 58.9% 늘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