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4] 공약집에도 없는 막판 선심성 공약 '봇물'
여야가 최근 각 대선 후보의 정책과 재원조달 방안 등을 담은 공약집을 낸 뒤에도 각종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대선을 채 1주일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초박빙 대결이 된 만큼 표를 위해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들 공약은 이미 각당이 발표한 재원 계획에 포함돼 있지 않아 실현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새누리당은 지난 11일 국방안보 공약을 발표하면서 사병의 월급을 현행보다 두 배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직업군인의 자녀에 대해 대학 장학금을 지급하고 부사관이 준위까지 진급할 수 있도록 계급구조를 기존 4단계에서 5단계로 늘리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이 불과 하루 전(10일)에 발표한 공약집에서 ‘사병의 봉급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 ‘직업군인의 계급별 정년 연장을 합리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 것과 뉘앙스가 다르다.

공약집 자체가 급조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새누리당은 당초 민주통합당이 공약한 ‘기초노령연금(만 65세 이상 노인의 70%에게 매월 일정액의 연금을 지원하는 것) 두 배 인상’에 대해 ‘지나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2차 TV토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기초노령연금을 보편적 기초 연금으로 확대해 65세 모든 어르신한테 내년부터 20만원의 기초 연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말한 뒤 이를 공약집에 포함시켰다.

민주통합당 역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이 공약집을 낸 시점은 지난 9일. 이후에 매일 가계부채(10일), 강군복지(11일), 청와대 이전(12일), 일자리(13일) 등 분야별 공약을 추가해 나가고 있다. 파산자에 대한 ‘새출발 지원자금’ 제공, 군대에 친환경 유기농 급식 시행, 내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20조원 추가경정(추경) 실시 등은 아예 공약집에 언급조차 없는 내용이다.

이 가운데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국민과의 소통을 늘리겠다며 직접 발표한 청와대 이전은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공약이었으나 선거가 임박해 난데없이 들고 나온 측면이 있다.

특히 20조원에 달하는 추경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책은 국가 재정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민경국 강원대 교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그 부담은 되돌릴 수 없다”며 “추경의 요건도 천재지변이나 대량 실업, 경기 침체 우려가 있는 경우 등으로 한정돼 있는데 과연 (공약이) 이 같은 취지에 부합한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김용호 인하대 교수는 “여야가 똑같이 군 관련 공약을 발표한 것은 13~14일 실시된 부재자 투표를 겨냥한 것”이라며 “군 장병의 표심을 잡기 위해 공약집에도 없는 공약들을 대거 내놓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여도 야도 다급해진 것 같다”며 “검토도 없이 무작정 공약을 남발한다면 오히려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호기/이태훈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