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시간에 골프 치면 안 돼요.”

아시아와 유럽 간 프로골프 대항전인 로열트로피 1라운드에서 보기 드문 상황이 벌어졌다. 14일 브루나이 반다르세리베가완의 엠파이어호텔&골프장에서 막을 올린 대회 첫날 선수들은 전반 9개홀을 끝내고 2시간30분가량 쉬었다가 경기를 재개했다. 골프대회에서 악천후 등 기상 여건이 아닌 이유로 대회 도중 2시간 넘게 휴식 시간을 갖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대회 중단 이유는 이슬람 국가인 브루나이의 종교 행사. 브루나이는 매주 금요일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전 국민이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에는 모든 일을 중단하고 기도에만 전념해야 한다. 점심을 먹어서도 안 된다.

이에 따라 포섬(1개의 공을 번갈아 침) 방식으로 열린 첫날 주최측은 티오프 시간을 오전 9시~9시30분으로 조정했다. 선수들은 일찌감치 전반 9개홀을 마친 뒤 2시간30분간 휴식을 취했다가 오후 2시30분부터 후반 9개홀을 돌았다.

6회째를 맞은 로열트로피는 그동안 태국에서 열렸다가 올해 처음으로 브루나이에서 열렸다. 역대 전적 1승4패로 열세인 아시아팀은 첫날 1무3패로 승점 0.5점만 추가하는 데 그치는 부진을 보였다.

아시아 최초의 메이저 챔피언 양용은(40·KB금융)과 김경태(26·신한금융)는 올해 라이더컵 우승의 주역인 유럽팀 단장 호세마리아 올라사발(46)과 미구엘 앙헬 히메네즈(48) 등 ‘베테랑 스페인 듀오’와의 대결에서 간신히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 홀 차로 끌려가던 양용은과 김경태는 16번홀 승리로 ‘올 스퀘어(All Square·무승부)’를 이뤘으나 17번홀에서 히메네즈의 버디 퍼트 성공으로 다시 한 홀 차로 뒤졌다. 그러나 마지막홀에서 올라사발의 티샷이 로스트볼이 되면서 그 홀을 포기해 무승부가 됐다.

이시카와 료(21·일본)와 한조가 된 배상문(26·캘러웨이)은 유럽의 강호 월드랭킹 33위 곤살로 페르난데스-카스티노(30·스페인)와 랭킹 60위 헨릭 스텐손(36·스웨덴)을 맞아 5&4(4홀 남기고 5홀 차)로 참패를 당했다.

첫 번째 주자 후지모토 요시노리(일본)와 우아순(중국)은 ‘형제 골퍼’ 에도아르도 몰리나리,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에게 2&1으로 패했고 두 번째 경기에서 지브 밀카 싱(인도)과 키라덱 아피바른라트(태국)는 마르셀 짐(독일)과 니콜라 콜사츠(벨기에)에 한 홀 차로 졌다.

브루나이=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