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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짱 토론] 강남 등 학생 쏠림 심화되고…학교간 서열화 더 공고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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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4년 도입한 고교평준화 제도는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 학군과 학군 및 학교와 학교 사이의 격차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 등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후기 일반계고 배정 방식을 서울시 전역 또는 일정 학교군 내에서 선지원 후추첨 배정 방식으로 전환해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는 정책인 고교선택제를 2007년부터 도입했다.

    이 제도는 선택권 보장이라는 점에서는 의미있는 변화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현 정부가 고등학교 단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와 함께 고교 진학에서 사회 계층에 따라 차별적으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기본적인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론 평준화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전국 도시들 대부분이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다. 예컨대 2002년 평준화를 도입한 경기도 부천은 20여개 고교에 대해 학생들이 가고 싶은 순서대로 모든 학교를 적어서 제출하면 컴퓨터 추첨에 따라 배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반면 동일한 시기에 평준화를 시작한 다른 도시들, 이를테면 안양, 일산, 성남 분당구 등은 일정한 수(3~5개)의 학교를 먼저 지원하도록 해 추첨으로 배정한 다음 나머지는 거주지 중심으로 학교를 결정해주고 있다. 평준화 내에서 학교 선택권 부여라는 절충적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비선호 학교는 학생 못채우는 ‘공동화’ 부작용 갈수록 커져

    그런데 서울의 경우 학군 내 학교 지원이 아니라 학군을 광역화해 서울시 전체를 대상으로 모든 학교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전체 배정 다음에는 인접 학군으로, 그 다음에는 거주지 배정을 하도록 3단계 배정 방식을 시행하고 있다. 이럴 경우 기존에도 존재했던 학군 간, 학교 간 선호도 차이가 더욱 뚜렷해지고 확대 위험성도 높아진다. 또 그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고교선택제 실시 이후 나타난 문제점을 검토해 보자. 우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역 간 학생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8학군으로 불리는 강남 지역에 대한 학부모들의 선호는 1980년대부터 줄곧 우리 사회의 문제점으로 지적받았다. 그러나 8학군 소재 학교들이 독자적으로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성장시키는 고유한 역량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우수한 학생들, 사회·경제적 상류 계층 학생들이 밀집하면서 나타나는 선발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이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기도 했다.

    다시 말하면 교육 환경이나 교원의 질적 수준 등에서 8학군은 다른 학군과 유별난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변화에서도 독자적인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학부모들이 여전히 8학군을 선호하고 있으며, 고교선택제로 선호 학군 진입이 가능해지자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비선호 학군, 비선호 학교들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지원을 기피하면서 학군과 학교가 텅 비는 공동화 부작용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째, 기존 외국어고 과학고 같은 특목고에 더해 고교 다양화 정책에 따라 도입한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등 학생 선발권을 갖고 있는 학교가 늘어나면서 고교 단계에서 학교 간 차별화가 심해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고교선택제는 학교 간 차이를 더욱 극명하게 벌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즉 특목고-자사고-(고교선택제)선호고-비선호고의 순서로 학교 간 서열이 뚜렷해졌다. 이로 인해 소수의 학생들은 학교선택권을 누리지만 다수의 학생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이런 서열화가 가정의 사회·경제적 차이로부터 비롯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교육 양극화, 나아가 사회 양극화를 부채질할 위험이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인 유은혜 의원(민주통합당)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제출받은 ‘최근 4년간 서울시내 일반고 신입생들의 내신성적 분포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 성적 하위 30개 일반고에 중학교 내신 하위 90% 학생이 진학하는 비율은 2009학년도에 10.4%였지만 고교선택제를 시행한 2010년 11.9%로 오른 뒤 2011년에는 15.5%로 뛰었다. 올해도 16.3%에 달했다.

    중학교 내신 하위 학생이 많이 몰린 학교는 이 비율이 24%에 이른 곳도 있으며 그런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 유 의원의 설명이다.


    대학 진학률 등 경쟁 과열…공교육 질적 향상 가로막아

    아울러 고교선택제에서 외면받는 학교는 전출률도 높았다. 2011학년도 일반고 가운데 전출률이 가장 높은 30개교와 중학교 내신 하위 90% 이상이 가장 높은 30개교를 비교해보면 15개 학교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학교 간 선호도와 서열화가 고교선택제에 의해 더욱 뚜렷하게 차이나며 학생들이 기피하는 학교는 고착화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기피 학교가 특정 지역, 특정 학군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다른 문제점은 고교선택제가 일선 학교들이 프로그램를 다양화하도록 유도하기보다는 대학에 얼마나 잘 보내느냐를 두고 경쟁을 부추긴다는 것이고, 결국 교육의 질적 수준을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진정한 선택제가 되기 위해서는 학교 프로그램의 다양화와 특성화를 실시해 학생들이 적성에 따른 진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고교선택제는 오히려 성적 경쟁을 부추겨 학교 교육의 질적 향상을 근본적으로 막고 있다.

    고교선택제는 고교 교육의 보편적 기회 보장이 더욱 절실한 시점에서 거꾸로 계층화와 서열화를 강화시키고 있다. 물론 기존 학군제가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옛날 방식으로 회귀가 정답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와 같은 선호, 비선호 학교의 뚜렷한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정책이 필요하다. 공교육 붕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고교선택제를 개선하지 않고는 질적으로 우수한 교육을 모두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공교육의 이념을 실현하기는 어렵다.

    성기선 <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 >

    △서울대 국어교육 학사 △서울대 교육학 석·박사 △한국교육사회학회 학술위원장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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