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각종 학문을 섞고 녹이는 ‘학문 융·복합’이 강조되고 있다. 기존의 정형화된 학문만으로는 급변하는 시대에 맞는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학문 융·복합’이 교육 분야의 신성장동력 화두로 부각하는 이유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주도하는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World Class University)’ 육성사업의 주된 지원 대상이 바로 융·복합 분야다. WCU사업은 정부가 세계 수준의 대학 육성을 목표로 2008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연구 역량이 높은 우수 해외학자를 유치·활용, 국내 대학의 교육·연구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높이는 게 목표다. WCU사업은 △신성장동력 창출 분야의 새로운 전공·학과 개설 △개별학자 초빙 △세계적 석학 초빙 등 세 부문으로 나눠 대학에 연구비를 지원한다.

지난 5년간 WCU사업에 참여한 인원은 해외학자를 포함해 참여교수 775명과 대학원 석·박사, 신진 연구인력 등 총 4297명이다. 올해는 전체 30개 대학, 116개 사업단이 사업에 참여했고 총사업비는 1323억원에 달한다.

내용을 보면 신성장동력과 직결된 융합 전공이 많다. 정보기술(IT)과 바이오, 나노를 결합한 고려대 뇌공학 융합사업단,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연세대 나노물질 기반 IT융합기술 사업단, 단국대 나노바이오 의·과학과 등이 대표적인 융·복합 분야다.

의학과 약학 또는 화학의 결합도 떠오르는 분야다. 서울대 분자의학 및 바이오제약학과, 물리·화학을 융합한 서울대 세포다이나믹스사업단이 미래 의·과학 분야를 이끌 첨단 전공들이다. 이 밖에 연세대 계산과학공학과, 전북대 고온플라즈마 응용연구센터, KAIST EEWS(에너지·환경·물·지속가능성)대학원,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등도 융·복합 학문에는 한계나 장벽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5년간 총 7716억원이 지원된 국책 교육 사업이지만 1단계 사업 마무리를 앞두고 사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당초 해외학자를 국내로 초청해 국내 학문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일부 사업단에서 기대 이하의 석학을 초청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세계적 석학 초빙지원 사업은 양적 연구성과 제고 효과가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WCU 사업은 해외학자 유치 및 공동연구를 통한 연구의 질 향상, 대학의 해외인지도 제고에는 확실한 효과를 보였다. WCU 총사업비 규모는 2008년 1650억원이었던 것이 2009년 1600억원, 2010년 1591억원, 2011년 1552억원으로 매년 줄었다. 하지만 SCI 논문 수가 증가하는 등 양적성장을 거뒀고 논문 피인용 등 질적 경쟁력도 높아졌다.

WCU 사업을 통해 산출된 학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5783편에 이른다. 이 중 SCI급 상위 1% 저널에 발표된 논문은 85편, SCI급 상위 10% 저널 논문은 2358편이다. SCI 상위 10% 저널에 발표된 논문의 경우 2009년 313편, 2010년 935편, 2011년 1110편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1인당 평균 논문 수는 6.9편이다. 논문 1편당 피인용 횟수는 2009년 4.41회에서 2010년 4.16회로 줄었다가 2011년 5.11회로 다시 증가했다.

교과부는 1단계 WCU사업이 끝나는 내년 2월쯤 기존 사업을 추진하면서 도출된 장·단점을 보완해 후속사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2단계 사업에선 성공사례를 적극적으로 확산하고 단점을 개선하는 등 대학들이 결실을 맺도록 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BK21과 WCU를 합친 2단계 WCU 후속사업 예산은 2915억원이다.

후속사업은 ‘우수연구 지원’과 ‘융·복합 분야 학문연구 지원’, 학문후속세대 육성을 위한 ‘대학원생 지원’ 세 가지 유형을 중심으로 개편된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