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12시40분 송고한 `李 마지막 토론서도 `朴 공격' 매진' 제하의 기사를, 이정희 후보직 사퇴배경과 판세영향 등을 반영해 재작성하고 종합함.>>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 후보가 16일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 새누리당 박근혜ㆍ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간에 보다 선명한 양자 대결구도가 구축됐다.

각종 여론조사상 이 후보의 지지율은 1% 안팎에 불과하지만, 대선을 사흘 앞두고 예측불허의 초박빙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막판 판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후보가 지난 4, 10일 두 차례의 TV토론에서 박 후보 `저격수'를 자임해 왔다는 점에서 이 후보의 사퇴가 일단 문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오히려 문 후보에게 이 후보의 `종북' 이미지가 덧씌워지면서 보수층 결집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후보의 사퇴로 이날 3차 TV토론이 박ㆍ문 후보간 양자대결로 이뤄지게 됨에 따라 선거전 막판 변수로 떠오른 TV토론의 변별력이 높아지게 됐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의 국고보조금 27억원 수령을 놓고 여권을 중심으로 `먹튀' 논란도 일고 있다.

◇李 "사퇴, 정권교체 실현 위한 현실적 선택" = 이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 직전인 오후 1시 연석회의를 긴급 소집, 당 관계자들에게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박 후보의 집권을 `국민의 재앙이자 역사의 퇴행'이라고 규정, 정권교체를 사퇴 명분으로 내세우며 투표 참려를 독려했다.

김미희 대변인도 "진보적 정권교체의 실질적 실현을 위해 현실적으로 이 선택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앞선 1, 2차 TV토론에서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고 밝히는 등 중도하차 가능성은 꾸준이 제기돼 왔지만 그 시점은 3차 TV토론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었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양자토론을 보고 싶어하는 국민들의 여론을 감안해 자리를 만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남은 기간 진보개혁세력의 결집이라는 대의를 호소할 예정이라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사실상 그렇게 비쳐질 것이라는 게 이 후보측 설명이다.

◇선거 판도 영향은 = 이 후보 지지층 상당수는 일단 문 후보쪽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성향상 박 후보쪽으로 가기는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이 후보측 관계자도 "우리쪽 지지층은 투표율이 높은 집단으로, 최소한 60% 정도는 문 후보쪽으로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가 사실상 야권 총결집을 호소하면서 그의 종북 이미지가 자칫 문 후보와 겹쳐지면서 보수층의 결속력 강화로 이어지거나 중도ㆍ무당파의 문 후보 지지에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박 후보측은 문 후보를 `종북세력과 손잡은 후보'로 몰아세우며 색깔론 공세를 폈다.

박 후보측 인사는 "야권에서 `문-안-심-이' 등 잡탕식 연대가 형성되면서 이 후보에게 거부감을 느껴온 중도ㆍ무당파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전체적으로 (문 후보쪽에) 마이너스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며 "문 후보로선 이 후보 지지층 흡수로 `현찰'이 생기는 측면 못지 않게 신용 리스크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 입장에선 이 후보의 사퇴가 `계륵'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앞선 2차례의 TV토론에서 이 후보와 선을 그어온 문 후보측도 유불리를 점치기 어렵다는 신중한 반응 속에 촉각을 세웠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전 후보가 사퇴했을 때와 달리 이 후보와의 `연대'를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이 후보측도 "문 후보측과 사전에 교감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렸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미 보수세력은 결집이 다 된 상태로, 정권연장 대 정권교체의 전선에서 반(反) 새누리당 세력이 결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 후보 지지율이 문 후보에게 온전히 이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종북 본색이 드러났다'고 공격하는 상황에서 문 후보쪽에 역풍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국고 보조금 27억원 먹튀 논란 = 당장 새누리당은 이 후보의 국고보조금 27억원 수령 문제를 고리로 먹튀 논란을 제기하며 공세에 나섰다.

이를 통해 이 후보가 간접 지지의사를 표한 문 후보에게도 상처를 입히려는 계산도 읽혀진다.

박 후보측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의 사퇴로 국민들이 피땀 흘려 낸 세금 27억원이 낭비됐다"며 맹비판했다.

이에 이 후보측 김 대변인은 "이 법은 금권정치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법대로 할 것"이라며 반환 의사가 없음을 밝힌 뒤 "새누리당은 이 문제를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

박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6억원의 세금부터 내라"고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이광빈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