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한변호사협회장이 되려는 후보들이 하나같이 현행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변호사 시험제도를 바꿀 것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전·현직 서울지방변호사협회장을 지낸 김현 변호사와 오욱환 변호사는 로스쿨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숫자를 현행 1600명 선에서 절반 수준인 800명 정도로 줄이고, 예비시험으로 200명을 뽑는 정책을 1순위 공약에 올려놓았다. 양삼승 변호사(화우 고문)는 로스쿨 출신을 1000명, 현 사법시험을 유지해 200명을 각각 뽑자고 주장한다.

예비시험은 로스쿨을 다니지 않았지만 독학 등을 통해 로스쿨 출신과 동등한 정도의 학식을 가졌는지 평가하는 시험이다. 예비시험 합격자에게 로스쿨 변호사 시험을 칠 자격을 주자는 것이다. 김현 변호사는 “로스쿨에 갈 수 없는 가난한 사람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로스쿨 측은 “로스쿨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포퓰리즘적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완용 경희대 로스쿨 학장은 “변호사 시험 합격자를 줄이면 로스쿨 수업이 시험위주로 진행되고, 학교별 특성화 교육은 물건너 갈 것”이라고 했다. 로스쿨을 도입하면서 학부과정의 법과대학을 없앴는데, 법과대학을 남겨둔 일본식 예비시험을 모방하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변호사들의 주머니 사정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성공보수를 선불로 받는 약정을 금지하는 변호사윤리장전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공약까지 나왔을 정도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변호사의 97%가 성공보수금을 떼인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익단체인 대한변협이 회원 변호사들의 목소리를 십분 반영하고, 변호사들의 호구지책을 마련하는 것은 협회장의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그러나 변호사협회는 일반 이익단체와 달리 ‘공익의 대변자’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제 갓 1회 졸업생을 낸 로스쿨 제도에 메스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의뢰인이나 투자자의 돈을 떼먹는 변호사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업에 조그만 잘못이라도 있으면 꼬투리를 잡아 집단소송으로 몰아가려는 변호사들도 설치고 다닌다. 이런 치부에 대한 개혁은 뒷전으로 미룬 채 ‘표심 얻기’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안쓰러울 뿐이다.

김병일 지식사회부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