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총선 자민당 압승] 민주당 헛발질·경기침체·北로켓…日언론 "자민당의 어부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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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유민주당이 16일 치러진 총선거(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민주당의 상대적 부진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아예 ‘어부지리’라고 표현했다. 자민당의 공약에 공감해서라기보다는 민주당의 그간 행보에 실망해서 투표장에 나온 유권자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2009년 정권 교체를 이뤄내면서 각종 장밋빛 공약을 내걸었다.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중학생 이하 모든 자녀에게 주는 아동수당 인상과 고속도로 무료화, 최저연금제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공약은 자민당의 ‘55년 체제’에 종지부를 찍은 동력이었다.
그러나 집권 후엔 공약들이 하나둘 ‘공수표’로 전락했다. 가계소득에 관계없이 아동 1인당 매월 2만6000엔씩 지급하기로 했던 아동수당은 예산 부족으로 지급액이 절반으로 줄었다. 국민 모두에게 월 7만엔씩 주겠다던 최저연금제도 사실상 포기했고, 고속도로 무료화도 부분적으로 시행하다 폐지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추진한 ‘소비세 인상’은 국민들의 이런 실망감에 기름을 부어버렸다. 결국 지난달 민주당은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사죄와 반성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했고, 결과는 예상대로 참패로 이어졌다.
극심한 경기 침체에 시달리는 민심을 파고든 것도 자민당의 승인이다. 아베 총재는 선거 공약으로 ‘디플레이션 탈피’를 맨 앞줄에 내세웠다.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무제한 금융완화, 건설국채 발행 등 적극적인 경제부흥 전략을 강조했다. 선거 연설에서도 많은 부분을 경제정책에 할애했다. 오랜 경기 침체에 신음하던 민심이 자민당 쪽으로 기우는 계기가 됐다.
금융시장이 아베노믹스에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엔화 가치는 자민당 공약이 나온 이후 한 달여 만에 4엔가량 떨어졌고, 닛케이평균주가는 1000엔가량 뛰었다.
일본 내에 우경화 바람이 분 것도 자민당을 밀어올린 요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을 계기로 일본 내에 국수주의적 여론이 확산됐다. 최근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로켓도 아베 정권 출범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이날 선거는 유권자들의 관심이 낮았다. 교도통신은 총선 투표율이 59.7%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1996년 총선 투표율(59.65%)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권 교체 바람이 거셌던 2009년 총선(69.28%)보다는 10%포인트가량 떨어졌다. 12개 정당이 난립했지만 일찌감치 자민당 쪽으로 판세가 기울었고, 선거 시기가 연말이라는 점도 투표 열기를 떨어뜨린 요인으로 분석됐다.
한편 노다 총리는 총선 개표 결과 민주당의 패배가 확실해지자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심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며 “당 대표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