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월 한국에 수입차가 처음 등장한 이후 25년이 지난 지금, 수입차는 연간 13만대 판매 시장으로 성장했다. 내년에는 신규 판매량이 15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이 성장한 만큼 회사를 이끌어가는 수입차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등록된 수입차 23개 브랜드 중 한국인 CEO는 9명, 외국인 CEO는 8명이다. CEO 자리는 한국 내 수입차 사업을 총괄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판매 성적에 따른 부담도 적지 않다. 올해 누가 수입차 사업을 잘했는지 정리해봤다.


○한국인 김효준, 외국인 나카바야시 히사오 ‘맹활약’

한국인 CEO로는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BMW를 수입차 판매 1위 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는 올해 국내 수입차 점유율이 10%를 넘어서게 한 일등공신이다. BMW와 미니의 판매량은 올 1~11월 총 3만224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BMW코리아 미래재단을 출범시킨 후 올해 대학생 기술경진대회 후원, 주니어 캠퍼스 등을 선보여 사회공헌활동(CSR)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내년 3월에는 수입차업계 최초로 인천 영종도에 드라이빙센터를 열고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시설을 개방할 방침이다.

외국인 CEO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인물은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도요타 사장이 꼽힌다. 평소 한국어 및 한국문화 배우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등 기업 현지화 노력에 힘입어 판매 부진으로 신음하던 딜러와 회사를 일으켜 세웠다.

내년 1월 취임 3주년을 맞는 나카바야시 사장은 올 상반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앞두고 미국산 캠리를 갖고와 일본차의 부활을 이끌었다. 캠리를 수입차 단일모델 판매 3위로 올려놓았다. 올 연말까지 1만대 이상의 도요타 자동차를 한국 시장에서 팔 것으로 예상된다.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회사의 판매량을 작년보다 40% 이상 늘렸다. 올 하반기엔 2위인 벤츠의 판매를 세 번째나 앞지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소형차 폴로와 7세대 골프를 신차로 내놓을 예정이어서 내년도 판매 상승이 가장 기대되는 브랜드다.


○송승철·겐지 나이토 “성적 부진, 올해는 잊어 달라”

송승철 한불모터스 사장은 올해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프랑스 푸조자동차 판매가 지난달까지 전년 동기보다 13% 이상 줄었고 신규 브랜드로 선보인 시트로앵마저 예상 외의 판매 부진에 빠졌다. 장재준 GM코리아 사장도 캐딜락 사업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얻은 ATS 세단 출시가 내년 초로 연기되는 등 신차 계획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지난 봄 의욕적으로 미쓰비시 딜러 사업을 시작한 범 한진가(家) 조현호 사장도 고전했다. 올 연말까지 미쓰비시 900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지난달까지 61대 파는 데 그쳤다.

겐지 나이토 한국닛산 사장은 외국인 CEO 중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닛산차 판매가 38% 줄었고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 판매도 50% 감소, 수입차 시장 성장에 역행한 결과를 낳았다.

○고(故) 우르바흐 사장, 벤츠 이미지 바꾼 ‘친근한 중년’

지난달 독일 출장길에 생을 마감한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의 고(故) 토마스 우르바흐 사장은 기업 CEO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올 2월 하랄트 베렌트 전임 사장에 이어 벤츠코리아를 맡은 그는 언론 매체와의 적극적인 스킨십을 시도했고, 젊은 층의 시선을 끄는 신차 마케팅을 통해 벤츠가 주던 고집스럽고 보수적인 이미지를 상당부분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토마스 사장은 평상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밝고 소탈한 성격에 친근한 이미지로 대외 활동에 나서 자동차업계에서 벤츠 이미지를 젊고 부드럽게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