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불법사금융과 전쟁 8개월…1만700명 검거…대부업 등록요건 강화로 난립 막는다
#채권 추심업자 A씨는 대부업체에서 2200만원을 빌린 B씨가 돈을 갚지 못하자 1년간 11차례나 폭행을 일삼았다. 또 50번 이상 새벽시간에 피해자를 찾아가 생매장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A씨는 피해자에게 무려 1만6235건의 전화통화 및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C씨는 마사회 천안지점(화상경마장) 부근 주차장에서 대부업을 운영하면서 피해자에게 800만원을 빌려주고 차량을 담보로 잡았다. 열흘간 받은 이자는 50만원으로 연 200%의 고금리다. C씨는 이런 수법으로 27회에 걸쳐 1억원을 빌려주고 연 60~900%의 고금리를 챙겨오다 경찰에 검거됐다.

범정부적인 불법사금융과의 ‘전면전’이 시작된 지난 4월 이후 검거된 사례들이다. 정부는 대대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법사금융이 기승을 부린다고 보고 17일 ‘범정부 불법사금융 척결 대책 현장보고회’를 열어 지속적인 척결 의지를 밝혔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보고회에서 “이 땅위에 불법사금융이 다시는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지속적인 대책 추진이 요구된다”며 “우리 국민들이 더 이상 사금융 범죄로 고통받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우선 법무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금융위원회·경찰청·국세청·금융감독원 합동으로 일제신고 및 특별단속을 실시한 지난 8개월간(4월18일~12월7일) 상당한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이 기간 검찰과 경찰은 기획·인지 수사 또는 신고 등을 통해 총 1만702명을 검거하고 290명을 구속했다. 국세청은 고리대부업자 352명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여 탈루 세금 2866억원을 추징하기도 했다.

금감원과 지방자치단체는 대부업법 위반행위에 대한 현장점검과 지도를 통해 3262건의 등록취소 또는 영업정지 등의 행정조치를 부과했다. 특히 금감원에는 총 8만6000여건의 상담 및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이는 작년 전체 피해신고 접수건수(2만5000여건)의 세 배를 넘는 것이다.

정부는 세계경기 및 국내경기 침체가 심화될 내년엔 불법사금융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피해신고 대응체계 강화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와 고용·복지제도 연계 강화 △강력한 수사·단속 실시 △서민금융 지원확대 △불법사금융 척결 인프라 구축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특히 대부업자가 일반주택을 사업장으로 쓰지 못하도록 하고, 최소 5000만원의 자기자본을 확보하도록 하는 등 대부업 등록 요건을 강화할 방침이다.

지금은 등록비 10만원과 8시간의 교육만 이수하면 누구나 대부업자로 등록할 수 있다. 이 같은 느슨한 규제로 주부 회사원 자영업자 등은 물론 심지어 신용불량자도 대부업체를 운영하는 실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영업장을 가정집으로 등록하는 경우도 많은 만큼 요건을 강화해 대부업체 난립을 막겠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금융위는 불법 대부업체의 전단지 광고 등에 사용되는 전화번호에 대해 신고가 들어오면 이용을 정지하는 대책도 1분기 중 시행한다.

불법사금융 단속으로 서민금융이 위축되지 않도록 올해 4조원 수준이었던 지원 규모를 내년엔 최대한 확대하기로 했다.

류시훈/장창민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