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17일 오전 7시29분


태양광 업체에 투자했던 벤처캐피털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한때 신성장 동력으로 각광받던 태양광 산업이 극도의 침체기를 맞으면서 촉망받던 태양광 업체들이 잇따라 도산하고 있는 탓이다. 벤처캐피털은 수익 창출은 고사하고 투자 원금마저 손실 볼 위기에 처했다.

태양광 경기가 급랭하면서 엠파워, 제스솔라 등이 재무구조 악화로 청산 절차에 들어갔으며, 세미머티리얼즈는 화의 절차가 진행 중이다. 벤처캐피털 등은 이들 업체에 900억원 규모를 투자했지만 현재로선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하다.

2005년 2월 설립된 엠파워는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포함된 채권단 주도로 청산이 진행 중이다. 담보로 제공된 부동산 및 기계 등 가치가 있는 유형자산이 대부분 경매를 통해 처분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엠파워는 2007년부터 상환전환우선주 및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총 115억원의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했다. 삼성벤처투자는 SVIC18호조합 및 SVIC19호 조합을 통해 40억원을 투자해 우선주를 인수했다. 단일 투자자로는 최대 규모다.

원익투자파트너스(20억원), 아이원벤처캐피탈(20억원) 등도 우선주를 매입했다. CB는 총 35억원어치가 발행됐으며, 우리기술투자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태양광 웨이퍼 생산업체인 제스솔라도 최근 회생절차를 포기하고 청산을 결정했다. 지난해 영업손실 87억원을 올린 이후 경영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자 채권단은 제스솔라의 생산공장 등을 경매로 내놨다.

제스솔라는 그동안 상환전환우선주(100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55억원), 전환사채(10억원) 등을 통해 총 165억원의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했다. 여기에는 1조원대 거부로 알려진 이민주 회장의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를 포함해 아주IB투자,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업계 상위권 벤처캐피털이 투자자로 대거 참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매각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대부분 채권단이 가져가고, 후순위인 CB 및 상환우선주 투자자는 사실상 남는 게 없다”며 “삼성그룹의 삼성벤처도, 이 회장의 에이티넘도 태양광 역풍을 피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벤처캐피털은 화의 절차를 진행 중인 세미머티리얼즈에도 많이 물린 것으로 알려졌다. 세미머티리얼즈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상환전환우선주와 CB를 주요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해 총 6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들였다. 상환우선주와 CB로 조달한 자금이 각각 300억원을 넘는다.

상환우선주에는 윈베스트벤처투자, KB인베스트먼트, 튜브인베스트먼트, KT캐피탈 등이 각각 수십억원을 투자했다. 국민은행과 현대스위스3·4저축은행 등도 투자자로 참여했다. CB는 한국투자파트너스, 아주IB투자, 튜브인베스트먼트 등 주로 벤처캐피털 업계 상위권 업체들이 매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미머티리얼즈가 화의를 진행 중이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투자금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태양광 산업이 위축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지만, 2008~2010년에 걸쳐 무리하게 투자한 게 손실 규모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오동혁 기자 otto8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