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경찰서는 전선 재활용업체에 폐전선 처분 독점 사업권을 주겠다고 속여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A장애인단체 사무처장 출신 김모씨(46)를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김씨는 A장애인단체의 회장인 하모씨(54)가 전국지체장애인협회장에 당선되면 한국전력으로부터 폐전선·폐변압기를 싼 값에 받아 해외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속여, 2009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B씨(지난해 사망·당시 78세)에게 13회에 걸쳐 총 5억31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다.

김씨는 2009년 5월 전국지체장애인협회장 선거에서 하씨가 낙선했음에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하씨가 승소하면 협회장이 될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해 돈을 뜯어냈다. 이 과정에서 전국지체장애인협회 명의로 된 가짜 약정서와 이행각서를 만들어 B씨에게 건넸다. 경찰은 “사업권 이양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다, 당시 20년간 폐전선 처분 사업을 해온 업체와의 계약 기간도 남아 있던 상태였다”고 말했다. 또한 김씨는 사기 행각을 벌일 당시 A장애인단체에서도 공금을 횡령한 사실이 발각돼 권고사직 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김씨가 약속을 지키지 않자 A장애인단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1억원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김씨 계좌로 직접 송금한 나머지 4억3100만원은 돌려받지 못했다. A씨는 소송 과정에서 평소 앓던 지병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4월 숨졌다.

김씨의 범행은 B씨의 아들이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허위 서류와 입금 명세서를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7개월 도주 끝에 붙잡힌 김씨가 반성은커녕 아직도 ‘하씨가 회장에 당선됐으면 사업권을 넘겨줄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등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