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제의 ‘진주조개잡이’(1863)는 ‘나디르의 로망스’라는 테너 아리아로 유명하지만 바리톤과 테너의 이중창 ‘신성한 사원의 안쪽에서(Au fond du temple saint)’도 결코 그에 못지않다. 실론(현재의 스리랑카)의 부족 지도자로 선출된 주르가는 옛 친구 나디르가 오랜만에 마을로 복귀하자 한 무녀(巫女)를 두고 연적관계였던 과거를 떠올리며 앞으로 변치 않을 우정을 다짐한다. 오페라 말미에서 주르가는 마을에 불을 질러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그 사이에 처형 위기의 친구를 도피시킨다. 그러나 우정 때문에 지도자의 길을 망각한 것이라 씁쓸하다는 생각부터 든다.

대통령 선거일이다. 이번만큼은 자기편을 챙기는 우정보다 반대편까지 포함한 전체 국민을 아우를 줄 아는 지도자가 선택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