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주춤했던 추위가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18일 전력 수요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값싼 전기요금으로 전기 난방기기 사용이 증가면서 2009년 이후에는 여름이 아닌 겨울에 전력 수요가 잇달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겨울철 블랙아웃(전국 동시정전)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11시 최대 전력 수요는 평균 7517만2000㎾로 지난 8월6일 기록한 최고치(7429만1000㎾)보다 88만1000㎾ 높았다. 순간 최대 전력 수요는 오전 10시28분 7558만5000㎾까지 치솟았다. 다만 공급 능력 확대로 이날 예비전력은 다소 여유가 있었다. 전력 당국은 수요관리, 민간 자가발전기 동원, 인천복합 화력발전 3호기 시험운전 등으로 공급을 확대했다. 오전 전력피크기 공급 능력은 7972만3000㎾, 예비전력은 455만1000㎾로 안정권인 ‘준비(400만~500만㎾ 미만)’ 단계를 유지했다. 지난 여름 최대 전력 수요를 기록했던 8월6일에는 오후 2~3시 예비전력이 279만1000㎾까지 하락, 전력경보 3단계인 ‘주의(200만~300만㎾ 미만)’가 발령됐다.

대형 사업장에 절전 보조금을 지급하는 수요관리로 연일 지속되는 전력 위기를 간신히 넘기고 있지만 최근 들어 매년 겨울 종전 최대 전력 수요 기록을 깨뜨리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08년까지만 해도 최대 전력 수요 기록은 냉방 수요가 몰리는 여름에 발생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2009년 들어 여름·겨울철 최대 전력수요 추이가 역전되며 4년째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2009년 겨울(실제 날짜는 2010년 1월13일) 최대 전력 수요는 6896만㎾로 여름 최대 전력 수요(6321만㎾)보다 500만㎾ 이상 많았다. 전기요금이 원가 이하를 밑돌면서 일반 가정과 상점은 물론 기업들도 석유 보일러 대신 전기 난방기기를 쓰면서 겨울철 전력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석유 대신 전기를 사용한 데 따른 국가적 손실 비용이 연간 1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