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운동의 요람인 미시간주 의회가 노조 영향력을 대폭 축소시키는 ‘일할 권리 법’(right to work)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이 법안이 발효되는 내년 4월부터 미시간의 노동자들은 노조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거나 노조회비를 강제로 징수당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 23개주가 이미 시행하고 있지만 미시간의 이번 입법은 의미가 남다르다. 미시간은 GM 등 자동차 빅3의 본사가 위치해 한때 미국 ‘제조업의 심장’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강성노조로 인해 도시가 파괴되다시피한 쇠락 지역이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몰락을 알린 사건인 1998년 GM의 파업은 미시간에서 태동한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지휘아래 이뤄졌다. 당시 GM의 북미 29개 공장 중 27곳에서 노동자들이 감원 중단을 요구하며 조업을 거부했고 결국 22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GM은 이 파업의 여파로 75년 만에 판매량 1위에서 밀려났다. 현대차 도요타 등 외국의 주요 자동차 회사들도 강성노조를 피해 미시간이 아닌 앨라배마 등 동남부 지역에 공장을 건설했다. 자동차 산업을 따라 철강산업도 장기침체에 빠지면서 미시간을 비롯한 중북부지역은 ‘러스트 벨트’(사양화된 공업지대)로 전락했다. 그렇다고 강성노조가 스스로 고용조건을 개선한 것도 아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일할 권리 법’을 도입한 23개주의 지난 3년간 고용증가율은 평균 4.9%에 달했다. 반대로 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지역의 고용은 3.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노조의 영향력과 제조업의 경쟁력, 그리고 고용 증가율이 반비례하고 있다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노조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는 한국에 미시간의 이번 조치가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노조 왕국으로 불리는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한 대 만드는데 31.3시간이 걸린다. 반면 앨라배마 공장은 절반도 안 되는 14.6시간이다. 다른 라인에 근로자를 옮겨 투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강성노조와 경직된 고용관행은 결국 제 발등을 찍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87년 민주화 체제 성립 이후 강성노조는 막강한 제도적 구조적 권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외국기업들이 한국투자를 기피하는 첫 번째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오늘 국민의 선택을 받는 새 대통령이 노조와의 결별을 선언한 미시간의 결단을 가슴 깊이 새겨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