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ㆍ배상문 동반 인터뷰 "우린 동갑 라이벌…5년내 세계 톱랭커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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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골프 미래 짊어질 김경태와 배상문 동반 인터뷰
김경태, 올해 퍼팅 난조로 고생…내년 2부투어라도 갈 것
배상문, 초반 잘나가다 향수병…올림픽서 金 따고 싶어
김경태, 올해 퍼팅 난조로 고생…내년 2부투어라도 갈 것
배상문, 초반 잘나가다 향수병…올림픽서 金 따고 싶어
잭 니클라우스와 아널드 파머,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이상 미국) 등은 오랫동안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골프팬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닉 팔도(영국)와 그레그 노먼(호주) 등도 한 시대를 풍미한 경쟁자였다.
국내에서는 최경주(42·SK텔레콤)와 양용은(40·테일러메이드)이 자존심 경쟁을 벌인 데 이어 최근에는 동갑내기 김경태(26·신한금융)와 배상문(26·캘러웨이)이 팽팽한 라이벌 관계를 맺고 있다. 김경태와 배상문은 국내에서 나란히 두 차례 상금왕에 올랐고 일본에서도 김경태는 2010년, 배상문은 2011년 상금왕에 등극했다.
두 선수는 올해부터 세계 최고의 무대인 미국 PGA투어 공략에 나섰다. 풀시드를 갖고 뛴 배상문은 일찌감치 내년도 출전권을 확보한 반면 비회원 자격으로 7개 대회에 출전한 김경태는 상금랭킹 125위 진입에 실패했고 퀄리파잉스쿨(Q스쿨)마저 2차전에서 탈락하는 쓰라림을 맛봤다.
김경태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퍼팅이 계속 애를 먹였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티샷이 많이 흔들렸으나 쇼트게임이 잘됐죠. 올해는 드라이버샷 거리가 280~290야드로 늘어나고 방향성도 좋아졌습니다. 아이언샷도 괜찮아 내용은 작년보다 좋았죠. 그런데 퍼팅이 너무 안 됐어요. 감은 있지만 안 들어가는 겁니다. 3퍼팅을 하지는 않지만 반드시 넣어야 할 퍼팅을 넣지 못했어요.”
지난달 Q스쿨 2차전 탈락의 원인도 퍼팅 난조였다. 그는 내년 시즌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일본 투어에 집중하면서 미국 2부투어 Q스쿨 도전 여부를 결정할 생각입니다.”
그는 내년 미국 PGA투어는 1~2개 정도밖에 나가지 못해 자력으로 투어카드를 획득하지 못하고 2부투어를 거쳐 미국 진출을 모색해야 할 형편이다.
반면 배상문은 올해 승승장구했다. 지난 3월 트랜지션스챔피언십 연장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내년도 풀시드를 확보했다. 그러나 마스터스 직후부터 슬럼프가 찾아왔다.
배상문은 “초반에 잘되니까 ‘PGA투어도 별것 아니구나’ 하고 덤비게 됐고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20등, 30등을 해도 만족을 못했는데 그러다 보니 실망감이 더 컸다”며 “1년을 생각하고 시즌을 뛰는 게 아니라 대회마다 잘하려고 하는 바람에 마음만 급해지고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시즌 초반 도움을 줬던 일본인 캐디는 시드가 안정적으로 확보되자 일본으로 떠났다. 이후 3명의 미국 캐디를 만났으나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향수병도 앓았다.
“미국이라는 그 넓은 땅덩어리에 처음 가보니까 언제부터 향수병이 왔는지도 모르게 시즌 내내 외로웠어요. 일본인 캐디가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떠나니까 그 빈 자리가 더욱 커지더라고요. 마치 여자친구처럼….”
한국 골프의 미래를 짊어질 김경태와 배상문은 “미국 PGA투어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배)상문이가 올해 잘했잖아요. 저도 미국 PGA투어에서 해보니까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다만 언어도 다르고 인종, 문화, 환경도 다른 분위기를 얼마나 잘 이겨내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 잘해 앞으로 우승이 많이 나올 거예요.”(김경태)
“세계 골프에는 상상을 못할 정도로 잘 치는 선수들이 많아요. 톱클래스에 오르기 위해서는 여간해서는 안 되죠. 저에게 5년만 주세요. 넉넉잡아 5년만 주면 톱클래스에 오를 자신이 있습니다.”(배상문)
다소 차분하고 말이 없는 김경태와 경상도 스타일에 다혈질적인 배상문의 성격은 대조적이다. 플레이 스타일도 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배상문은 김경태에 대해 “어릴 때부터 경쟁해왔지만 친하게 지낸다. 경태는 골프에 빈틈이 없다. 무서운 스타일”이라고 평했다. 김경태는 “상문이는 거리도 많이 나고 몰아치는 능력이 부럽다”고 칭찬했다.
세계 무대를 향한 두 젊은이는 2016년 브라질올림픽 태극마크를 꿈꾸고 있다. 아직 군대 문제가 남아 있는 배상문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돼 국위 선양도 하고 병역 혜택도 받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태는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개인, 단체전 2관왕에 오르며 병역 혜택을 받았다. 그는 “내년 일본에서 세계 랭킹을 끌어올려 미국 대회 출전 기회를 더 잡아보겠다. 반드시 미국으로 진출해 세계 최고에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