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내년 말 '바닥' 찍을듯…고미술·1천만원 미만 그림 주목
2013년도 미술시장은 올해의 침체 국면이 하반기까지 이어지다가 연말께 경매를 중심으로 조금씩 살아날 전망이다. 또 점당 1000만원 미만의 구상 작품이 선호되는 가운데 저평가된 고미술품에 매기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신문이 18일 화랑·경매사 대표, 평론가 등 아트 마켓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3년도 미술시장 전망’ 결과 8명은 ‘올해의 침체 국면이 이어지거나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고, 2명은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하는 신중론을 보였다. 세계경제 불안, 컬렉터들의 보수적 투자, 6000만원 이상 작고작가 작품에 대한 양도세 부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악재와 새 정부의 경기부양 기대감, 미국 유럽 중국 미술시장의 약진 등의 호재가 뒤섞여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내년 말에는 ‘먹구름’ 걷히나

전문가들은 국내 미술시장이 내년에도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일부 인기작가의 작품값 급락에 따른 최근의 시장조정 기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내년에는 미술품 양도세 부과와 경기 침체가 예상되지만, 새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기대되는 데다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 미술시장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연말께부터 점차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배혜경 홍콩크리스티 서울사무소장은 “최근 세계 아트마켓의 중심이 홍콩과 베이징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미술시장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내 미술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받은 만큼 내년 연말쯤에는 큰 손 컬렉터들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는 “유럽과 미국의 불황과 저성장 국면으로 미술시장도 호의적이지 않다”며 “특히 미술품 양도세 부과로 인해 미술동네는 어느 때보다 춥고 배고픈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비관론을 폈다.

◆유망한 작가 위주 ‘편한’ 투자

그림값이 이미 바닥권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경매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전망이다.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장(강남대 교수)는 “미술품이 대체 투자수단으로 부각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그림 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줄어들겠지만 가격의 추가 하락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은 “최근 이우환 김종학 오치균 씨 등 인기 작가 작품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그동안 그림값이 많이 내린 만큼 내년에는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진섭 국제평론가협회 부회장은 “현재 국내 그림값은 상당히 저평가됐다”며 “내년에는 유망한 작가 작품 위주의 ‘편한 컬렉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희귀한 고미술품 인기 끌듯

전문가들은 저평가된 고미술품 투자를 권유했다. 또 30~40대 직장인과 주부 등 미술 애호가가 늘어나면서 1000만원 미만의 그림에 대한 제한적인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는 “올해 1000원짜리 지폐 그림인 겸재 정선의 ‘계상정거도’가 수록된 보물 제585호 ‘퇴우이선생진적’이 34억원에 낙찰되면서 고미술품 시장에 활기가 감돌고 있다”며 “가격이 저평가된 희귀 고미술품에 매기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술평론가 김종근 씨(홍익대 교수)는 “내년에도 불안한 시장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1000만원 미만 중저가 작품과 저평가된 도자기, 고서화 등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김종춘 한국고미술협회장은 “고미술시장에는 전문가도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의 ‘진짜 같은 가짜’가 판치고 있어 시장을 모르는 초보자들은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