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에서 범죄, 부정부패, 탈세 등의 목적으로 국외로 불법 유출된 ‘검은 돈’이 6조달러(약 643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미국 워싱턴의 글로벌파이낸셜인테그리티(GFI)는 17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10년 한 해 동안 개도국에서 조세피난처나 서방의 은행으로 빠져나간 자금이 전년보다 11% 늘어난 858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4204억달러가 중국에서 빠져나갔다.

GFI는 지난 10월 보고서에서 2011년 중국에서 6020억달러의 검은 돈이 해외로 유출됐다고 추정했다.

레이먼드 베이커 GFI 소장은 “중국은 엄청난 자금 불법 유출로 장기적인 사회질서 유지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며 “중국 경제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천문학적인 검은 돈이 개도국에서 조세피난처와 선진국 은행들로 계속해 흘러나가고 있다”며 “2001년 이후 연 평균 13%씩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개도국의 불법 유출 규모는 예상보다 매우 커 선진국에서 직접투자 1달러를 유치할 때마다 10달러가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는 셈이라고 GFI는 설명했다.

2001~2010년 10년간 검은 돈 유출 규모를 보면 중국이 2조7400억달러로 1위이며 멕시코(4760억달러) 말레이시아(2850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2100억달러) 러시아(1520억달러) 필리핀(1380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심각한 부패와 빈부격차, 정정불안 등 문제를 안고 있는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등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GFI는 개도국에서 검은 돈의 국외 유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지난 10년간 금융의 글로벌화와 함께 자금흐름 통제시스템이 느슨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