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나이지리아 근로자 피랍] '납치 비즈니스' 가능성…산업전사들 '안전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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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플랜트 기자재 공장 건설 엔지니어
억류 사실 통보…금전 요구는 아직 안해
외국자본에 적개심 높아…협상 통해 석방 주력
억류 사실 통보…금전 요구는 아직 안해
외국자본에 적개심 높아…협상 통해 석방 주력
현대중공업의 한국인 직원 4명이 나이지리아에서 무장 괴한에게 납치됐다.
외교통상부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오후 3시께 나이지리아 바옐사주(州) 브라스섬에서 현대중공업 소속 한국인 직원 4명과 나이지리아 근로자 1명이 납치됐다고 18일 발표했다. 채모(59), 김모(49), 또 다른 김모(49), 이모(34)씨는 브라스섬 건설현장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장 괴한들의 습격을 받고 쾌속정으로 끌려갔다. 이들은 플랜트 기자재 공장 건설을 맡고 있는 엔지니어로 전해졌다. 현지인 근로자 한 명은 곧바로 풀려났다. 무장 괴한들은 납치 하루 뒤 연락해와 근로자들을 억류하고 있음을 알렸다.
◆금전 노렸을 가능성 높아
피랍 당시 브라스섬에는 현대중공업 소속 한국인 직원 6명이 체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6월 플랜트 기자재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바옐사주와 양해각서(MOU)를 맺은 뒤 직원들을 현지에 파견했다.
무장 괴한들은 18일 오전(현지시간) 현대중공업 현지 사무소에 전화해 “4명의 한국인은 안전하게 있다. 다시 연락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이들은 금전적인 요구 사항 등은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아직 무장 괴한의 신원이나 위치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정확한 납치 이유 등을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남부에서 금전을 요구한 피랍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돈을 노렸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외교부와 주나이지리아 대사관은 사건 발생 직후 비상대책반을 가동했다. 이날 오후 3시 외교부 주관으로 총리실 경찰청 국토해양부 등이 함께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은 울산 본사에 긴급대책상황실을 설치하고, 천인수 플랜트본부장(부사장)을 현지에 급파했다.
브라스섬에서는 수십억달러 규모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브라스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다.
◆빈부격차 등으로 납치 비즈니스 성행
나이지리아에서 외국인 납치가 많은 것은 정치 불안과 빈부격차 때문이다. 공무원 사회에는 아직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고, 종교 갈등으로 인한 테러 등 치안도 불안하다.
특히 석유 자원은 빈부격차를 키웠다. 1950년대 처음 발견된 나이지리아 석유의 약 90%는 남부의 니제르강 삼각주에 매장돼 있다. 1960년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할 당시 석유 이권은 대부분 북부의 온건 이슬람 세력에 넘겨졌다. 정작 남부 주민들은 석유 개발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이 때문에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외국 자본에 대한 적개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보르노주에선 중국 건설노동자 2명이 무장괴한이 쏜 총에 맞아 숨지기도 했다. 급진 이슬람단체들은 ‘외국 자본이 중앙 정권과 유착해 석유 이권을 독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정서 속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 비즈니스도 성행하고 있다. 글로벌 보안업체 레드24는 지난 4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나이지리아는 매년 1000여건의 금품 요구 납치가 발생하는 위험지역”이라고 규정했다.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이라크 등과 함께 나이지리아를 ‘외국인에게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꼽았다. 정영화 KOTRA 신흥시장팀장은 “아프리카 경제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나 아직 치안이 불안한 곳이 많아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방 협상에 총력
정부와 현대중공업은 나이지리아 납치 전례를 볼 때 물밑 협상을 통한 직원들의 석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4월 나이지리아에서 있었던 대우건설 직원 피랍 사건은 비공개로 협상을 벌여 피랍 1주일 만에 해결했다. 2007년 5월 나이지리아 유전지대인 포트하코트 내 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납치된 대우건설 임직원 3명 등 2006년 이후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한 총 4건의 납치 직원들도 모두 안전하게 풀려났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직원들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납치 세력을 자극하지 않고 신중하게 접촉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욱진/김대훈/조수영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