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와 코스닥 상장사 아큐텍이 ‘상장폐지실질심사의 적정성’을 놓고 소송도 불사하는 ‘벼랑 끝 혈투’를 벌이고 있다.

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아큐텍의 상장폐지실질심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아큐텍은 “거래소가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한 사유가 잘못됐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히 저항하고 있다. 법원은 일단 아큐텍의 손을 들어줬지만 거래소가 또 다른 반격 카드를 꺼내 들어 양측의 대립은 격화될 전망이다.

◆‘최대주주 변경’ 사실 여부가 핵심

거래소와 아큐텍의 다툼은 지난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돼 있던 아큐텍이 10월16일 “최대주주가 엄학순 씨(10.81%)에서 노태욱 외 2인(13.95%)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하자 거래소는 같은 날 “상장폐지실질심사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매매거래를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38조에 따르면 관리종목이나 투자주의 환기종목에 최대주주 변경이 발생하면 거래소는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심사하게 돼 있다.

이후 아큐텍은 11월6일 “최대주주가 노태욱 외 2인(13.95%)이 아니라 기존 최대주주였던 엄학순 씨(10.81%)”라며 10월16일의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뒤집었다. 노태욱 외 2인에 포함돼 있는 천산홀딩스(3.81%)가 알고 보니 특수관계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천산홀딩스 지분을 제외하면 최대주주 변경이 아니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거래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11월27일 아큐텍을 불성실공시법인과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자 아큐텍은 12월3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최대주주 변경이 아니다”며 ‘주권매매거래정지 효력정지 등 가처분신청’을 냈다. 그리고 남부지원은 1 7일 아큐텍의 가처분신청을 인용해 거래소의 시장조치 진행을 정지시켰다. “노태욱 씨가 천산홀딩스 감사가 된 것은 자기 뜻이 아니었기 때문에 천산홀딩스가 노태욱 씨의 특수관계인이 아니다”라는 아큐텍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투자자 보호 차원” vs “무리한 대응”

거래소는 당황하는 눈치다. 2009년 상장폐지실질심사 제도 시행 이후 법원이 상장사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것은 이번 사례를 포함해 단 두 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거래소는 18일 아큐텍 주주 중 노태욱 씨의 조카인 정현주 씨를 찾아내 “아큐텍의 최대주주가 노태욱 씨, 노태욱 씨의 형 노태중 씨, 조카 정현주 씨 등 노태욱 외 2인(11.39%)이 맞다”고 직접 공시했다. 그리고 “불성실공시법인과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재검토하기 위해 거래를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아큐텍은 강력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아큐텍 관계자는 “최대주주 변경은 확실히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변호사와 협의해 법원과 거래소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