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했던 제 어머니는 거리 노숙인들을 보면 항상 팥죽 같은 먹을거리를 아낌없이 내주셨죠. 그런 부모님을 보면서 저도 기부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서울 명동의 ‘기부천사’ 원영식 오션인더블유 회장(51)의 얘기다.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와 부동산자산관리회사 등을 운영하는 원 회장은 2003년 이후 기부한 금액만 10억원이 넘는다. 2009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운영하는 1억원 이상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 역대 11번째로 가입했다.

원 회장의 기부는 혼자 선행으로 끝나지 않았다. 영하 8도의 강추위가 찾아온 18일 그의 아내 강수진 씨(41)와 아들 성준군(16)이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에 각각 193, 194번째로 가입했다. 한 가족 모두가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에 가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원 회장의 기부가 시작된 건 2003년부터다. 그는 평생을 기부에 몸바친 부모님의 뜻을 잇고자 아내와 함께 동사무소를 찾아가 사회복지사에게서 후원대상자를 소개받고 정기 후원을 시작했다. 첫해 6가구로 시작했던 후원은 9년 만에 100가구로 늘었다.

2007년부터는 중구 어르신들을 모시고 매년 경로잔치를 열고 있다. 2008년부터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제주도 등 국내 여행을 선물하고 있다. 지난해엔 저소득 가정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장학회도 설립했다. 아들 이름을 따 ‘준 장학회’로 명명한 이 장학회는 올해 30명의 청소년들에게 1인당 24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부인 강씨는 5년 전부터 복지관에서 도시락 배달봉사를 하고 있다. 성준군은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 재능기부 사업을 남몰래 준비 중이다. 원 회장의 누이 셋도 모두 봉사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큰 누나는 병원 호스피스, 둘째 누나는 꽃동네 자원봉사, 셋째 누나는 저소득층 가정 아기들을 돌보는 자원 봉사활동을 한다.

원 회장은 가족과 형제들까지 이처럼 기부활동에 열심인 것에 대해 “돌아가신 어머니는 항상 어려운 사람들을 가족처럼 돌봐야 한다고 강조하셨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강씨도 “나눔실천은 바이러스처럼 전염된다고 하더니 남편과 함께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성준군은 “부모님의 기부활동은 어떤 말보다 값진 교훈”이라고 말했다.

원 회장의 앞으로 바람은 복지재단 설립. “지금의 모든 일을 접고 기부에 매달리고 싶어요. 어려운 사람들이 언제라도 들어와서 먹을 수 있는 식당도 만들고 싶습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