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는 원활한 자산 매각을 위해 작년 7월 특수자산부를 출범시켰다. 금액으로 따져 규모가 가장 컸던 것은 부산계열 저축은행의 독일 해상풍력발전 사업권이다. 예보가 매각한 첫 특수자산으로 지난해 11월 1000억원을 받고 스웨덴 전력회사에 팔렸다.
실무자들을 가장 애먹인 자산은 동남아시아 등지에 있는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이다. 현장 답사를 하기 위해 장기 출장에 올라야 했다. 그나마 무턱대고 팔 수도 없다. 대부분 PF 사업이 현지 정부 주도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연계돼 있어 국가 간 신뢰를 깰 수도 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정부에는 한국이 현지 SOC 사업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뜻을 전달하기 위해 ‘사절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예보는 미술시장의 ‘큰손’으로 급부상했다. 서울옥션을 통해 미술품 116점을 매각했다. 매각 대금만 52억원 규모다. 장샤오강 쩡판즈 등 중국 작가 작품과 박수근 전광영 오치균 등의 작품이 새 주인을 찾았다. 미술시장에서는 예보 덕분에 미술품 경매가 활기를 되찾았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사건 사고도 많았다. 압류한 수입차 시승 과정에서 차가 부서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예보는 채규철 전 도민저축은행 회장이 서울시내 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숨겨둔 수입차 4대를 압류한 뒤 매각하는 과정에서 시승식 행사를 열었다. 하지만 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 직원이 행사 전에 주행코스를 미리 돌아보겠다며 포르쉐를 몰던 중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차량이 반파됐다. 당시 운전자는 아무런 부상을 입지 않았지만 입찰에 참여한 희망자 15명은 시범운전도 해보지 못하고 돌아갔다. 예보는 4712만원을 삼성화재에서 지급받고 운전자가 속한 교통안전공단에 나머지 금액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했다.
부실 책임 경영자들이 교묘하게 숨겨둔 재산을 찾기 위해 도입한 포상금 제도도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이번에 부서진 포르쉐의 경우도 채 전 회장 지인이 제보한 것이다. 최대 포상금은 5억원.
최선을 다해 자산을 매각하고 있지만 부실처리 과정에서 투입한 돈이 워낙 많아 빛이 나지 않는다는 게 예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예보 측은 투입한 예보기금을 100% 회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앞으로 10년이 걸리더라도 부실 저축은행 대주주들의 은닉 자산을 끝까지 찾아내 투입 자금을 1원이라도 더 회수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게 예보 특수자산부 직원들의 다짐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