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과거 휠이 달려 있는 아이팟 시절부터 애플 제품을 써왔다. 아이팟 터치 1세대와 아이폰3GS까지 쓰고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했다. 몇 대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거쳐 지난 7일 아이폰5 국내 발매와 함께 1년6개월여 만에 다시 아이폰을 쓰게 된 셈이다.

다시 잡은 아이폰5는 기자가 과거에 썼던 아이폰3GS는 물론 직전 제품인 아이폰4S와 비교해서도 눈에 띄게 개선된 점이 많았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쓰게 되면서 새로 알게 된 답답한 부분도 찾을 수 있었다.

○가벼워진 아이폰5

아이폰5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전작들의 3.5인치보다 0.5인치 늘어난 4인치 디스플레이일 것이다. 가로폭은 바뀌지 않고 아이콘 한 칸만큼 세로로 길어진 형태다. 4인치 후반~5인치대 화면을 내장한 스마트폰이 ‘대세’가 된 현 시점에서 4인치 화면에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전 제품을 썼던 사람이라면 화면이 ‘매우’ 커졌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아직까지 아이폰5 화면에 대응하지 못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위아래 남는 화면이 검게 나오기도 하는데 “그동안 3.5인치 화면을 어떻게 썼나”란 생각마저 든다. 얇아진 두께와 가벼워진 무게도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뒷면은 전작에 썼던 유리 대신 투톤의 알루미늄으로 마감했는데 무게와 파손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제품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케이스를 씌우지 않은 아이폰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파손 위험과 상처를 줄이기 위해 케이스를 장착하곤 한다. 기자도 사흘가량 케이스 없이 지내다 의자에서 스마트폰을 떨어뜨린 뒤로 케이스를 구입했다.

○듀얼코어지만 쾌적한 사용

최근 삼성전자, LG전자 등 안드로이드 진영의 제조업체들은 자사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채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애플은 자체적으로 설계한 듀얼코어 프로세서 A6를 내장했다. 수치상으로는 쿼드코어 프로세서보다 뒤처지지만 실제로 사용해본 결과 쾌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양한 스마트폰에 범용으로 쓰이는 안드로이드와 하드웨어와 OS가 결합된 아이폰의 최적화 차이로 보인다.

○정반대 지향하는 iOS와 안드로이드

iOS와 안드로이드는 지향하는 방향이 정반대다. iOS는 애플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만 자유롭게 지낼 수 있다. 시스템 파일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얻는 ‘탈옥’을 하지 않는 한 글자 폰트도 바꿀 수 없다. 바탕화면에 위젯을 꺼내거나 아이콘 모양을 바꾸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반대로 사용설명서를 따로 읽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 미려한 사용자환경(UI)과 사용자경험(UX)이 iOS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안드로이드를 1년 이상 사용하다 다시 iOS를 써보니 앱 사이에서 파일을 공유할 수 없다는 점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안드로이드에선 사진을 찍어 공유 버튼을 누르면 메시지,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대부분의 앱과 연결해 보낼 수 있다. iOS에선 페이스북, 트위터로만 이런 행동이 가능하다. 앱과 앱의 연동을 막는 애플의 시스템은 보안성 측면에선 뛰어나지만 실제 사용할 때는 답답한 부분도 큰 것이 사실이다.

반면 안드로이드는 사용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위젯 덕분에 앱을 실행하지 않아도 바탕화면에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화면에 손가락을 대고 제스처를 취하는 것만으로 화면을 끄고 켜는 것이 가능하다. 사용자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쓸 수 있지만 전제가 한 가지 뒤따른다. 사용자의 공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iOS가 호텔이라면 안드로이드는 직접 일을 해야 하는 캠핑인 셈이다.

○시리는 ‘별로’…패스북은 ‘유용’

iOS6에서는 한국어로 지능형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Siri)를 쓸 수 있다. 사용해본 결과 한글 인식률이 높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시리와 농담 따먹기를 몇 번 해본 뒤로는 실행할 가능성을 느끼지 못했다. 현재는 알람을 설정하는 용도로만 쓰고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알아서 알려주는 ‘구글 나우’ 기능이 더 혁신적이란 생각이다.

역시 iOS6에 처음 생긴 기능인 ‘패스북’은 나름대로 유용한 구석을 찾을 수 있었다. 패스북은 각종 멤버십 카드와 쿠폰 등을 한 곳으로 통합해주는 앱이다. 아직 국내에는 이를 지원하는 서비스가 없어 정상적인 사용은 어렵다. 하지만 루비패스, 마이패스북 등의 웹사이트를 통해 멤버십 카드를 패스북에 넣을 수 있다. 스마트월렛이나 모카 등 국내 업체들의 앱도 다양한 카드를 넣어다닐 수 있지만 패스북의 구동 속도가 가장 빠르다. 계산할 때 멤버십 카드를 제시하는 용도로는 패스북만한 앱이 없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