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종이책 시장은 계속 부진하지만 전자책 시장은 2016년까지 연평균 약 30%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국내 인터넷 서점들은 전자책 콘텐츠 확보에 분주한 모습이다. 국내 독서량이 워낙 저조한 데다 콘텐츠 확보가 쉽지 않아 국내 전자책 시장의 성장을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 서점과 하드웨어 제조사들은 올해 전자책 단말기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이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연간 30%씩 커지는 세계 전자책 시장

세계 전자출판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출판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1.3% 감소한 1120억달러(약 120조원)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전자책 시장은 4.9%인 55억달러(약 5조9000억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종이책 시장은 매년 2.3%씩 줄어들지만 전자책 시장은 2016년까지 약 3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지난해엔 아마존 전자책 판매량이 종이책 판매량을 넘어섰을 정도다.

전자책 돌풍은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 시리즈가 불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0월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킨들을 팔아서 수익도, 손해도 없다”고 말할 정도로 싼 가격을 앞세워 아마존은 전자책 시장을 빠르게 키웠다. 특히 킨들 단말기를 출시하기 전부터 확보한 10만권에 가까운 풍부한 전자책 콘텐츠는 전자책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거름이 됐다.

○한국은 독서량·콘텐츠 확보가 관건

국내 출판업계도 오랜 침체기를 벗어나기 위해 전자책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전자출판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자출판산업 시장 규모는 지난해 8328억원 수준으로 전년(6908억원)보다 약 20% 성장했다. 3393억원 규모이던 2006년보다도 두 배가량 커졌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단말기 보급확대로 국내에서도 전자책 시장의 문이 막 열리기 시작한 셈이다.

하지만 국내 전자책 시장에 대한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견해도 많다. 무엇보다 독서율이 낮다. 국내 성인들의 독서량은 2007년부터 줄곧 하향세다. 10명 중 3명은 1년 내내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들이 평일 독서에 할애한 시간은 25.9분, 1년간 읽은 책은 9.9권이었다. 12권을 기록했던 2007년 이후 4년째 독서량이 줄었다. 전자책 콘텐츠가 아직 풍부하지 못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출판사와 작가 등 콘텐츠 보급자들 중에는 아직도 전자책에 대해 회의적인 이들이 많다. 저작권 문제와 종이책 시장의 매출 감소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독자들에게 인기있는 장르도 한정돼있다. 최근 많이 팔리는 전자책은 로맨스 소설 등 장르소설이나 자기계발서 위주로 편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크레마터치·스토리K 등 단말기 신제품 꾸준

전자책 시장 성장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 국내 제조업체들은 전자책 단말기 신제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킨들을 구매한 사람이 전자책을 더 많이 구매해 결과적으로 독서량이 늘어나는 구조’라는 아마존 수익모델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다. 베조스 CEO는 “킨들 구매자들은 구매 전보다 독서를 4배 정도 더한다”며 “아마존은 킨들 구매자들이 열광적인 독서가가 되기를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직 국내는 전자책 시장 초창기인 만큼 ‘전자책’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도 있다.

예스24 등 서점 5곳과 출판사 4곳이 합심해 만든 ‘크레마 터치’는 인기몰이 중이다. 국내 첫 정전식 터치스크린과 클라우드 기능을 탑재한 초경량 전자책 전용 단말기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내장했고 터치스크린과 6인치 e-잉크(펄잉크)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 태블릿PC나 스마트폰 화면과 달리 야외에서도 화면이 반사되지 않는다.

일반 서적의 활자 인쇄와 비슷해 눈에 피로감이 적다. 한 손에 들고 읽기 편한 크기에 무게도 215g으로 가볍다. 최대 3000여권(4GB)의 서적을 저장할 수 있고 한 번 충전으로 7000페이지 이상 연속해 읽을 수 있다. 12만9000원으로 일반 태블릿PC보다 싸다.

올초 출시된 아이리버의 ‘스토리K HD’도 있다. 국내 최초로 XGA(1024×768)를 지원하는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교보문고 이북스토어를 통해 11만권이 넘는 전자책을 구매할 수 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