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큐텍이 최대주주 변경 공방에 상장폐지 문턱을 오가고 있다. 투자주의 환기종목에 지정된 상태에서 최대주주가 변경되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아큐텍 측은 최대주주가 변경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한국거래소는 최대주주 변경을 이유로 상장폐지 실질 심사 해당 여부 결정을 준비하고 있다.

최대주주 공방은 지난 10월 16일 아큐텍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최대주주가 엄학순씨에서 노태욱씨 외 2인(천산홀딩스, 노태중씨)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한 게 발단이 됐다. 엄 씨는 당시 지분 10.81%, 노 씨 등은 13.95%를 보유하고 있었다.

투자주의 환기종목에 지정된 상태에서 최대주주가 변경돼, 한국거래소가 아큐텍의 주권 거래를 정지하고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들어갈 수 있다고 공지하자 회사 측은 노 씨가 최대주주가 아니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조사 결과 천산홀딩스가 노 씨의 특수관계인이 아니었다는 것. 천산홀딩스의 보유 지분(3.81%)을 제외하면 노씨 측 지분은 10.14%로 엄씨 지분을 소폭 밑돈다.

거래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아큐텍은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상폐 실질심사 절차 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아큐텍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인용 결정을 내리고 한국거래소에 본안 판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상폐 실질심사 절차 등을 중지할 것을 주문했다.

한국거래소는 그러나 천산홀딩스 지분을 제외하더라도 노씨가 아큐텍의 최대주주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노씨의 친척인 정현주씨의 지분을 더하면 노태욱씨, 노태중씨, 정현주씨의 지분 합이 11.39%로 최대주주가 맞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정씨는 노씨의 친척으로 특수관계인이 맞다"며 "법원의 판결과는 별도로 엄씨에서 노씨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것으로 판단, 상장폐지 실질 심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가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거부하자 한국거래소는 이날 기타시장안내를 통해 최대주주 변경 사실을 직접 공시했다. 주권거래 정지 및 상장폐지 실질 심사 절차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회사 측이 이번에도 최대주주 변경 사실을 부인하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낼 경우 공방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아큐텍 측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