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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박근혜 당선자에게 축하의 말만 건넬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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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만 달러로 후퇴할 것인가, 3만 달러로 전진할 것인가 갈림길에 섰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선거였기에 승리의 기쁨이 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박 당선자에게 축하의 말만을 건넬 수는 없다. 박 당선자가 당면할 시대적 과제는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선거과정에서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대중민주주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박 당선자는 청와대를 향한 열차에 올라 탔지만 나라살림은 남유럽을 향해 달려가는 특급열차일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경제위기 정치갈등은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다.

    처음부터 차선은커녕 차악을 선택하는 대선이라는 말이 나왔던 터다. 국정의 가치와 통치 철학이 아니라 경제민주화 구호와 퍼주기의 좌편향적 공약으로 경합해왔다. 더욱이 선거전 후반으로 갈수록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만 두드러졌다. 투표일 전날까지도 근거없는 매터도와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SNS와 인터넷을 통한 악담과 비방이 극에 달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될 수도 있다. 그나마 유세과정에서 폭력이나 관권개입이 없었던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박 당선자는 분명 새로운 시대정신을 보여주어야 한다. 스스로도 ‘시대교체’라고 말했다. 민주화와 산업화의 낡은 시대구분을 뛰어넘는 새로운 국가 비전을 만들고, 수준높은 민주주의를 여는 것이 직면한 과제다. 길거리와 광장의 큰 목소리 민주주의에서 성숙한 민주주의, 질서정연한 숙고 민주주의로 넘어가야 한다. 그래야 국민소득 3만달러, 4만달러의 선진적 국가로 갈 수 있다. 원칙과 가치에 입각해 온갖 종류의 떼법 정치를 청산하는 게 발등의 불이다. 무엇보다 구시대의 기득권부터 철저히 부숴야 한다.

    첫 단추는 호남 총리 임명으로 꿰야 한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서는 박 당선자가 말하는 ‘시대 교체’는 그야말로 요원한 화두다.

    노동조합 시민단체, 그리고 일반시민들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광장으로 뛰쳐 나가 집단 구호를 외치는 것은 기초적인 민주화조차 없었던 타는 목마름의 시대에나 필요했던 패러다임이다. 이른바 87년 체제의 유물이다. 권위주의 체제였던 5공이 막을 내린 게 무려 25년 전이다. 이런 집단주의가 더는 민주주의로 통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이른바 386세대가 이제 4050세대가 됐다. 더 이상 과거에 얽매여 끌려다닐 수는 없다.

    문제는 역시 경제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라는 두 가지 구호가 선거전을 지배해왔다. 기업을 부수고 시장을 없애면서 성장도 하고 일자리도 만들겠다는 궤변들이 쏟아졌다. 박 당선자가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100가지도 넘지만, 실패했더라도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급전직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김영삼 정부가 속했던 1991~2000년 기간엔 6.3%였던 것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친 2001~2010년엔 4.1%로 낮아졌고, 지금은 3.8% 정도로 떨어졌다.

    급기야 2031~2040년엔 1.9%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저출산·고령화에 경제까지 장기 저성장 추세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지금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상황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유럽이 위기로 잃어버린 일자리를 되찾으려면 최소한 5년은 걸릴 것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유럽만이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이 모두 저성장 탈출에 고심하고 있다. 나부터 살고 보자는 경제전쟁이 벌어질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을 쪼개고 투자를 막는 경제민주화로 어떻게 성장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인가. 생산성에서 유리된 복지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자유시장 질서가 아니면 그 어떤 국가경쟁력 향상도 불가능하다. 국방 과학기술 일자리 등 재정을 투입해야 할 곳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재정 건전성을 지키려면 재정지출의 우선 순위부터 새로 정해야 한다.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하고 복지는 꼭 필요한 곳에 돌아가도록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식 재정파탄으로 추락하지 않으려면 비장한 각오를 가져야 한다.

    동북아 안보도 발등의 불이다. 중국 항공모함이 인근 바다를 떠다니고 일본은 재무장, 북한은 핵과 장거리 탄도 미사일 개발로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했지만 프랑스 같은 유럽국가,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의 지도자가 교체된 상황이다. 북한도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지 1년밖에 안 됐다. 태평양의 패권을 놓고 파고가 높아질 것도 분명하다. 국가주의에 매몰되고 우경화로 기우는 주변 국가들이다.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과의 관계를 확고하게 하는 것이 안보를 굳건히 하는 길이다.

    사회 개혁은 입법 사법 행정 등 국가운용 전반에 걸친 대개혁이어야 한다. 당장 시급한 것은 정치 개혁, 국회 개혁이다. 이미 선거과정에서 공약으로 나왔던 국회의원 수 축소 정도가 아니라, 지역과 직역 이익집단에 발목을 잡혀 법안을 찍어내는 청부입법 시대를 끝내야 한다. 입법과 표를 바꾸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비판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3류 정치 본색이다. 대선 후엔 정치권 개편이 요동을 칠 것이다. 더욱이 개헌이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정치는 영영 3류, 4류를 면치 못할 것이다.

    사법 개혁은 곧 법조 개혁이다. 정치검찰 논란도 끝내야 한다. 경찰과의 수사권 갈등도 조속히 마무리돼야 할 것이다. 엄격한 법치를 세우는 것이 법조개혁의 노선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정립의 시대여야 한다. 공직사회의 동요를 차단하는 것도 급선무다. 게다가 세종시 시대다. 당정협의는 물론 국회·정부 간 관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들이 세종시로 내려가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박 당선자의 앞길에 놓인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비장한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통령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중도란 단순히 좌파와 우파의 중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좌우를 뛰어넘는 새로운 비전을 내놓을 수 있어야 진정한 중도라 할 수 있다. 국민소득 1만달러로 후퇴하는가 3만달러로 전진하는가 하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바로 당신의 어깨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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