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뒤, 또는 몇 달 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면 당신은 제일 먼저 무엇을 하는가. PC나 노트북을 켜서 이미 발표했던 파워포인트 파일들을 뒤지다가 맘에 드는 파일이 없으면 동료나 선배로부터 몇 개의 파일을 얻어서 수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지는 않는지? 파워포인트를 열고 다짜고짜 생각나는 대로 텍스트를 써내려가다가,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하면서 하품을 내뿜지는 않는지? 그도 아니면 비슷한 발표 자료를 복사해서 고치는 작업부터 시작할지도 모른다.

직장인이든 개인이든 위의 케이스 중 하나에 해당한다면 이제부터 바꿔야 한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프레젠테이션 기획이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 어떻게 발표할 것인지에 대한 기획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PT 준비에 앞서 연필과 지우개, 종이를 몇 장 준비하거나 마커 펜을 들고 화이트보드로 가서 기획을 시작해야 한다.

프레젠테이션 기획이란 PT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내용과 실행 방법을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좀 더 자세히 기술하면, 프레젠테이션에서 발표자가 의도하는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조사·분석·연구해 가장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일이 가능하도록 주요 내용별로 세부 목표와 범위, 방법 등을 확정한다. 이 내용들 간의 전후는 물론 상하좌우의 연계 방법까지 분명하게 확정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행위다. 다음은 프레젠테이션 전략회의에서 다뤄야 할 기본 내용들이다.

#1. 일정에 대한 전략

프레젠테이션 전략 회의에서 제일 먼저 다뤄야 할 내용은 본 전략 회의의 추진 일정이다. 전략 회의를 언제 시작해 언제 종료할 것인지, 도중에 몇 차례나 회의를 개최할 것인지, 어떤 내용들을 다룰 것인지 등을 논의해야 한다.

#2. 목적 설정·제목 전략

프레젠테이션의 기획 단계에서 맨 처음 신중하고 심각하게 다뤄야 할 것은 목표와 목적을 확실하게 설정하고, 제목을 결정하는 일이다. 목표와 목적은 구체적이고 가시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청중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제목은 쉬우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으로 구성, 청중 설득의 시작점이 될 수 있도록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프레젠테이션을 요청한 주최 측에서 제목을 이미 정해줬다면 목표와 목적을 확실하게 설정한다.

#3. 지피지기…청중 분석

좀 엉뚱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손자병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지피지기(知彼知己)’다. 프레젠테이션에서도 이 점이 중요하다. 기획 단계에서 청중을 정확하게 알아야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수 있다.

#4. PT 장소에 대한 고려사항

발표 장소도 PT 성공 요소 중 하나다. 예를 들면 장소의 규모에 따라서 슬라이드 폰트의 크기가 다르게 정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발표 장소가 아주 큰 경우에는 멀리 있는 사람은 텍스트가 안 보일 수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이 밖에 마이크, 조명, 강연대 등에 대해서도 미리 파악해야 한다. 특히 조명은 발표 자료의 컬러에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밝기를 파악해서 PT 슬라이드에 적용해야 한다. 현장 상황을 미리 알기 어렵다면 늦어도 발표 30분 전에는 도착해서 현장을 파악하고 대처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칠흑 같이 어두운 상태에서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두운 환경에서는 발표자와 청중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5. 데이터 수집·분석

슬라이드를 꾸미는 데 필요한 재료인 데이터, 사진, 동영상 등의 자료를 누가 어떻게 수집해 분석할 것인가를 챙겨야 한다. 목표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주제별, 내용별로 분류·분석해 필요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해야 한다.

#6. 전체적인 발표전략

자료의 수집·분석이 완료되면 프레젠테이션 전체에 걸친 발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설명의 체계와 근간을 어떻게 기획하고, 슬라이드의 내용물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구성된 내용을 어떤 각도와 전략으로 설명할 것인지 등을 이 단계에서 기획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스토리텔링, 서론·본론·결론의 내용 구성, 오프닝과 클로징에 대한 전략을 다룬다. 발표자의 숨쉬기나 기침 등 생리적인 현상을 빼고는 어느 슬라이드 어느 라인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상세하게 기술해야 한다는 말이다.

#7. 유인물 디자인 고려사항

프레젠테이션용 유인물을 보면 대부분 PT 슬라이드를 그대로 복사해서 배포한다. 이는 두 가지 관점에서 아주 잘못된 것이다. 첫째는 슬라이드의 복사본은 유인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인물이 슬라이드의 복사본이면, 슬라이드 내용을 스크린에 비춰서 설명할 필요성이 적어진다. 둘째는 슬라이드와 똑같은 유인물이 미리 배포되면 청중은 발표자의 설명을 듣지 않고 유인물만 보게 돼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이 때문에 유인물은 슬라이드와 차별화된 내용으로 작성, 배포해야 한다.

#8. 슬라이드 디자인 전략

파워포인트의 슬라이드는 앞에서 수립된 프레젠테이션의 지침에 따라 작성하는 것이 PT를 성공으로 이끄는 왕도다. 이 부분에서는 해야 할 작업 분량이 다른 부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많다. 스토리보드 활용, 애니메이션 적용, 타임 컨트롤 방법, 레이아웃 컨트롤 방법, 컬러의 활용 원리, 텍스트와 폰트의 활용 방법 등을 다루기 때문이다.

#9. 적절한 유머 사용

프레젠테이션에서 신중하게 다뤄야 할 사항들 중 하나가 유머다. 언제 어떻게 무슨 내용으로 유머를 활용할지를 고려해야 한다. 프레젠테이션 내용이 너무 신중하고 딱딱하면 청중이 지루함을 느끼기 쉽다. 몰입도도 당연히 떨어질 것이다. 유머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청중을 즐겁게 끌어들일 수 있다.

#10. 예상질문과 답변 준비

잘 준비한 내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청중의 질문에 대한 완벽한 답변이다. 정확하고 좋은 답변은 발표 효과를 배가시켜 준다. 질문과 답변을 통해 청중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면 발표 효과는 만점일 것이다. 이를 위해 기획 단계에서 다양한 예상 질문과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

#11. 리허설 전략

프레젠테이션 현장에 가보면 발표자가 스크린에 비춰진 슬라이드 내용을 줄줄 읽어 내려가는 장면을 목격하곤 한다. 한마디로 최악의 프레젠테이션이다. 청중들은 이를 지루하고 무성의하다고 받아들일 것이다. 대부분의 발표자들이 리허설을 하지도 않고 청중 앞에 서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프레젠테이션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려면 철저한 리허설이 필수다.

조맹섭 <카이로스PT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