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본격화…10조엔 더 풀고 곳간 빗장 연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발권력 이어 재정지출 무제한
日銀, 국채매입 101조엔으로 10조엔 추경…무상복지 축소
日銀, 국채매입 101조엔으로 10조엔 추경…무상복지 축소
‘무제한 금융완화(돈 풀기)’라는 깃발을 내건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올 들어 다섯 번째 국채매입기금을 증액했고, 자유민주당은 본격적인 돈 풀기에 앞서 재정지출 상한선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공약으로 제시했던 추가경정예산 편성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유동성 확대를 통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겠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의 구상이 하나 둘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일본은행, 아베노믹스에 화답
일본은행은 20일 금융정책회의를 통해 국채매입기금 규모를 91조엔에서 101조엔으로 10조엔 더 늘리기로 결정했다. 정책금리는 제로 수준(연 0∼0.1%)에서 동결했다. 국채매입기금은 2010년 10월 35조엔 규모로 조성된 이후 이번까지 총 8차례 증액됐다. 올 들어서는 2월과 4월에 각각 10조엔과 5조엔 늘었고, 9월과 10월에는 10조엔과 11조엔씩 증가했다.
일본은행은 금융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늘리고 있다. 정책금리가 이미 제로 수준이어서 금리 인하라는 전통적인 통화량 확대 정책은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의 이번 추가 양적완화 조치에는 아베 총재의 입김이 작용했다. 자민당의 압승이라는 총선 결과가 나오자마자 아베 총리는 일본은행의 소극적인 금융완화 정책을 질타했다. 지난 18일엔 직접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와 면담을 통해 통화량 확대를 주문했다.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회의를 통해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기존 1%에서 2%로 높이는 방안도 논의했다. 사라카와 총재는 “아베 총재의 요구에 따라 물가목표를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종결정은 내달 금융정책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재정 곳간도 열어젖힌다
아베 총재가 이끄는 자민당은 재정지출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교도통신은 자민당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내년 회계연도의 재정지출 상한선을 철폐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총선에서 참패한 민주당 정권은 지난 8월 3년간 유지해온 재정 기조를 손질하면서 국채 발행 등을 통한 정부의 연간 차입 상한선을 44조엔으로 책정했다. 내년 4월부터 시작되는 새 회계연도의 상한선은 71조엔으로 묶었다. 지나친 재정 확대로 국가부채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자민당은 본격적인 돈 풀기에 앞서 전임 정권이 만든 이런 족쇄부터 풀어버린다는 계획이다.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 위해서도 재정지출 상한선 철폐는 불가피하다. 자민당은 올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에 최대 10조엔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이날 경기부양책을 내년 1월11일까지 내놓겠다고 밝혔다. 자민당은 이를 토대로 1월15일까지 추경예산을 편성해 1월 중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아마리 회장은 “추경예산은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당은 이와 함께 재정지출 항목을 손질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농업보조금을 늘리는 대신 소득 수준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공립학교 무상교육 범위를 축소하고, 영아 교육비도 없앨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저소득자 보조금과 공무원 봉급 등을 줄여 최소한 2조8000억엔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아베 총재의 금융완화 정책에 대해 주식투자자와 기업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아베 총재의 생각대로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조기 탈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