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고소득자에 대한 ‘조세 감면 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비과세·감면 혜택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금을 신설하지 않고 세수를 늘리겠다는 ‘박근혜식 증세’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새누리당 관계자는 23일 “기획재정부가 22일 국회 재정위 조세소위원회에 비과세·감면 총액을 2000만~3000만원 정도로 제한함으로써 고소득 근로자에 대한 세금 부담을 늘리는 방안을 보고했고 여당은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로 과세소득 연 1억원 이상인 사람들이 해당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근로소득공제와 인적공제를 제외한 교육비 의료비 기부금 카드사용액 등의 공제를 이 한도 내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소득공제는 의료비 교육비 등에 대한 항목별 공제 한도만 있고 총액 한도는 없다. 과세소득 연 1억원이면 연봉으로는 1억3000만원 안팎에 해당된다. 근로소득공제를 비롯해 인적공제 등 기본공제를 받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때 세율 조정 없이 비과세·감면 혜택을 줄여 복지 재원을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세 감면 상한제는 이 같은 철학에 부합하는 조치이지만 고소득층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사실상 부자 증세로 볼 수 있다.

새누리당은 고소득 개인사업자의 산출세액 기준 최저한세율을 현행 35%에서 50% 정도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비과세·감면 혜택 축소에 따라 원래 세금의 35%만 납부하던 것을 고소득 개인사업자에게는 차등적으로 50%까지 내게 한다는 것이다. 재정위 관계자는 “조세 감면 상한제로 고소득 근로자가 세금을 더 내기 때문에 개인사업자들도 이와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이 조세 감면 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함에 따라 당 일부에서 추진한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 조정(3억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 방안은 폐기됐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여전히 최고세율 구간을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정위 관계자는 “여야가 24일 조세소위와 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세법 개정에 대해 합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본회의(27~28일)에 각각의 당론이 수정 대안으로 상정돼 표 대결에 부쳐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22일 재정위 조세소위에서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연간 4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정부가 추진했던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안은 여야 합의로 폐기하기로 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 소득공제

세금 부과 대상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 전 일정 금액을 미리 빼는 것을 뜻한다. 세금 부담을 덜어줘 최저생활 수준을 보장하는 게 목적이다. 근로소득공제, 특별공제, 인적공제, 조세특례제한법상 공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