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CEO에게 들어보니…"새 정부 제1 과제는 성장"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새로 출범할 박근혜 정부의 최우선 경제정책 과제로 ‘성장률 제고’와 ‘규제 완화’를 꼽았다. 경제민주화 공약 중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가장 부담스러워 했다.

한국경제신문이 23일 30대 그룹(공기업 제외) 주요 계열사 CEO 32명을 대상으로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새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둬야 할 경제정책을 묻는 질문에 37.5%가 ‘성장률 제고’라고 답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3% 초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주요 연구기관의 전망이 잇따르는 데 따른 불안감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규제 완화’라는 응답도 34.4%나 됐다. 국내외 경기 침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창의적인 기업 경영 활동을 가로막는 장벽을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음으로는 ‘투자 활성화’(15.6%), ‘양극화 해소’(9.4%), ‘감세’(3.1%) 등의 순이었다.

또 응답자의 95% 이상이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따라 ‘투자 확대’로 화답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조금 늘릴 것이라는 답변은 75.0%, 크게 늘릴 것이라는 응답은 21.9%였다. 경제민주화 공약과 관련해서는 ‘일감 몰아주기 처벌 강화’, ‘신규 순환출자 금지’, ‘집단소송제 도입’ 등의 순서로 우려가 컸다.

한 대기업 CEO는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은 규제 완화와 경제민주화 공약의 속도 조절을 통한 성장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말했다. A3면에 계속

김대훈/서욱진 기자 daepun@hankyung.com

"새 정부 정책 따라 투자 늘릴 것" 97%
수출·내수 활성화가 가장 시급한 경제과제

30대그룹 CEO에게 들어보니…"새 정부 제1 과제는 성장"
주요 CEO들은 박근혜 당선인의 대선 공약인 경제민주화 정책 가운데 ‘일감 몰아주기 처벌 강화’(34.4%)를 가장 큰 부담으로 꼽았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집단소송제 도입’이 걱정된다는 응답도 각각 28.1%, 25.0%나 됐다. ‘금산분리 강화’는 9.4%, ‘기업인 범죄처벌 강화’는 3.1%였다. 일부 기업에만 해당되는 금산분리나 기업인 범죄처벌 강화보다는 광범위하게 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는 일감 몰아주기 처벌 강화 등에 대한 우려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차기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경제과제로는 ‘수출 활성화’(43.8%)와 ‘내수 활성화’(40.6%)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엔화 약세 등에 따른 환율 불안과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에 대한 견제 등 수출여건 악화를 우려했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내수 활성화가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응답도 비슷하게 많았다.

‘물가 안정’이라는 답변은 9.4%였으며, 우리금융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의 정부지분 매각과 부실기업 구조조정이라는 응답은 각각 3.1%였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따라 투자를 늘릴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75.0%는 ‘조금 늘릴 것’, 21.9%는 ‘크게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 계획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답변은 3.1%에 그쳤다. 기업들은 여건만 되면 얼마든지 투자를 확대해 고용 등 국민 경제에 이바지할 준비가 돼 있다는 얘기다.

CEO들은 또 투자를 늘리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정책들을 쏟아냈다. 우선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기업들이 좀더 자유롭게 설비나 인력 투자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주문이다. 한 CEO는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가 지속되기 위해서도 인허가 등의 각종 규제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 유연성 제고’와 ‘경제정책의 일관성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기업들이 정리해고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노동 문제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민주화 분위기에 편승해 기업들의 자율적인 인사 재량권이 침해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흔들리지 않는 예측 가능한 기업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의 지나친 기업경영 개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기관의 권한 축소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위적인 가격 통제나 무리한 담합 조사 등이 만연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감세 등 세제 혜택 △외환시장 안정 △수출지원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