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거래가 확대된 것은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에 대한 신뢰가 커져 안전자산으로서의 입지가 굳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3일 국채 시장의 성장을 낙관하면서도 그에 따른 위험성을 미리 점검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韓국채 세계적 '안전자산' 지위 굳혀

한국 국채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국채 발행 잔액은 이달 21일 기준으로 412조원에 달해 2007년(274조원)보다 50.4% 증가했다.

거래대금도 2007년 1천476조원에서 21일 현재 4천602조원으로 5년새 211.8% 급증했다.

국채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한 것은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며 한국 국채가 세계적 안전자산으로 위치를 확고히 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후 5년간 한국은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신용등급 상향조정 판정을 받았다.

한국은 2007년 말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약 5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신용등급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외국인 투자 비중이 대폭 증가한 것도 한국 국채가 안전자산으로 부상했다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다.

현재 외국인이 보유한 국고채는 89조원으로 2007년 25조원과 비교해 물량이 세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국고채에서 외국인 보유물량이 차지하는 비중도 11.1%에서 16.7%로 확대됐다.

국채 시장 확대에는 장기물 수요가 늘어난 것이 한몫했다.

이는 한국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며 노후자금 확보를 위한 보험과 연기금의 수요가 폭발적이라 할 만큼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 박현민 수석연구원은 "세계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고 노후대책 마련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 장기물에 대한 선호가 커졌다"며 "올해 30년물 장기 국채가 발행된 배경에도 급속하게 성장한 보험권의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과거와 같은 고속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고령화에 따른 국채 수요가 계속 증가해 국채 시장의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금융연구원 송민규 연구위원은 "미국과 유럽이 계속 낮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국채도 금리를 갑자기 인상하기 어렵고 고령화에 따른 복지 수요도 많아져 채권시장은 내년에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 국채시장 안정화 제고 필요성

국채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관련 제도를 정비해 건전하고 안정적인 시장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국채시장 확대로 정부 부채가 늘어나 재정건전성이 위협받는 문제도 고려할 사항이다.

경기부양과 복지정책 등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채 발행이 늘어날 수 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21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복지공약을 실천하고 민생경기를 살리려면 적자예산안 편성도 할 수 있다"라며 "국채 발행한도를 늘리는 방식으로 국채발행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채는 정부 적자를 보전해주고 다른 채권시장의 발전을 촉진하기도 하지만 발행 자금은 결국 정부의 빚이 된다.

한때 신용등급 최고 수준을 유지하던 스페인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 위기까지 내몰린 것도 결국은 국가의 빚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증가했기 때문이다.

현재 장기물 금리가 많이 낮아져 장단기물의 금리차가 거의 나지 않는데 이는 정부의 차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민규 연구위원은 "국채 발행 수준이 세입세출과 관련해 비효율적이거나 균형이 안 맞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외국처럼 국가 차원의 점검기관을 세워 국채 발행 수준이 적절한지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채 시장 확대에 따른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연계 상품 등을 만들어 수요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김필규 연구조정실장은 "장기물 유통시장을 활성화하고 투자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채권 인프라를 확대하고 개인은 국채에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적립식 투자를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비중 확대에 따른 위험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외국인의 국채 투자가 늘면 정부의 자금조달이 쉬워지고 금리가 낮아져 국채 수익률이 커지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외국인 자금 유입이 증가하면 그만큼 환율 교란이나 금리 변동성 확대 같은 위험에 노출될 우려도 커진다.

신한금융투자 박현민 수석연구원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주요 투자자였던 외국계 은행이 국채를 대거 매도해 금리가 급등했다"며 외국인 자금 유입이 많아질수록 금융시장의 불안정성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송민규 연구위원은 "외국인의 채권 투자 증가를 무조건 반기기보다 불필요한 외화수요 같은 비효율적 요인을 미리 점검하고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오예진 기자 double@yna.co.kroh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