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전선 최전방 애기봉(해발 165m) 등탑이 2년 만에 불을 밝혔다. 이에 대해 북한은 애기봉 점등 행사를 우회적으로 비난하고 나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영등포교회와 탈북난민북한구원한국교회연합 등 기독교 단체는 성탄절을 앞둔 22일 오후 6시께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가금리 애기봉에서 등탑 점등행사를 열었다.

점등식에는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신신묵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회장 등을 비롯한 100여명의 신도가 참석했다.

신도들은 기도를 한 뒤 찬송가를 불렀고, 이후 성탄 트리 모양의 30m 높이 등탑은 빨강, 파랑, 초록, 노랑 등 갖가지 색의 LED(발광다이오드) 전구 3만개가 달려 불을 밝혔다. 등탑 꼭대기에는 '온누리에 평화'라는 글자를 새긴 간판이 설치됐다.

등탑 행사 전 대북전단 살포·애기봉 등탑 반대 김포대책위원회 회원 10여명은 트랙터 2대로 행사장 입구를 막아섰고 교회 신도들이 탄 버스를 저지했다.

대책위 회원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애기봉 등탑 점등으로 인한 북한의 위협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점등 기간 불안에 떨어야 한다"며 "성탄 트리가 아니라 전쟁 등탑"이라고 주장했다.

경기도 김포시 소재 애기봉은 군사분계선(MDL)과 불과 600m 떨어져 있어 북한 주민들이 30m 높이의 등탑 불빛을 육안으로 볼 수 있다.

행사를 진행한 김충립 목사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것도 부담이 되는 만큼 애초 내년 1월 2일까지 점등할 계획을 오는 26일까지로 며칠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 애기봉 등탑 점등 행사는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가 지난달 23일 행사 신청을 취소해 올해는 열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 20일 국방부는 영등포 교회의 신청을 받아들여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은 우리 군 당국이 서부전선 최전방 애기봉 성탄절 등탑에 점등하기 전 이를 비난하는 입장을 밝혔다. 점등에 반대하는 남측 단체의 기자회견 소식을 전하는 형식이었다.

조선중앙통신은 "남조선의 30여개 단체가 괴뢰군부의 반공화국심리전 책동을 규탄해 21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며 "만일 애기봉 등탑에 불이 켜지는 경우 북과의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매우 첨예한 정황이 조성될 것이라고 그들은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그들은) 등탑에 불을 켜는 놀음은 종교활동이 아니라 명백히 북에 대한 심리전이라고 비난했다"며 "조선반도의 평화를 바란다면 북에 대한 대결정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뉴스팀 b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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