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 "독일식 '중부담-중복지' 모델이 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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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인에게 바란다
경제전문가 릴레이 제언 (5)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경제전문가 릴레이 제언 (5)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내년에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는 복지 확대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복지 예산은 97조1000억원이지만 실제로는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학생 반값등록금, 만 0~2세 영·유아 무상보육, 기초노령연금 증액 등과 관련된 예산이 내년 예산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년 이후다. 올해 다양하게 제시된 대선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매년 10조~20조원가량의 복지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복지 지출 수준은 선진국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했을 때보다 낮은 건 사실이다. 복지 지출을 늘려야 할 객관적이고 논리적 이유가 있는 사업도 있다. 영·유아 보육 지원이 대표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저 수준인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영·유아 보육 지원을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가 복지 지출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 장애물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복지 서비스를 확대하기 전에 반드시 몇 가지 문제를 짚고 가야 한다.
퍼주는 복지 안돼…재원 대책이 우선
조세부담률 25%까지 올려야
첫째, 국가의 복지서비스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중·장기 복지 지출 계획이라고 할 수 있는 로드맵이 있어야 복지 지출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길을 잃거나 헤매지 않을 수 있다. 우리나라가 스웨덴과 같은 고(高)부담-고복지의 북유럽 모델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미국과 같은 저(低)부담-저복지의 영·미식 모델을 따라갈 것인가. 이 모델 역시 현재 국민의 복지에 대한 높은 요구 수준을 감안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현실적인 방안은 독일이나 프랑스와 같은 중(中)부담-중복지의 대륙형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9% 정도에 불과한 복지 지출을 당장 OECD 평균 수준인 20%가량으로 올릴 수는 없다. 현재 19% 정도인 국민의 조세부담률을 선진국 평균인 25% 정도로 높이기 위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둘째, 복지지출에 따른 재정 부담과 국가 채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내년 우리나라 재정의 가장 큰 특징은 6년 연속 적자 재정이라는 점이다. 내년에 복지를 비롯한 정부 지출 확대를 요구하는 여야의 목소리를 감안하면 재정적자 규모와 비중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서 밝힌 ‘GDP 대비 0.3%’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규모도 464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3.2%에 이를 전망이다. OECD 평균 국가채무 비율이 100%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기는 하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안심할 수 없다. 우리나라 국가채무의 문제점은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사실이다. 2000년 111조원에서 2013년 465조원으로 13년 만에 4.5배가량 증가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2000년 18.4%에서 2013년 33.2%로 크게 높아진다.
더 큰 문제는 공기업과 지방정부의 부채, 고령화, 복지수요 급증 등 미래에 다가올 위협 요인이 도처에 널려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줄어드는 반면 이들이 부양해야 하는 아동과 노인 인구 비율(총부양률)은 2016년 36.3% 이후 본격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생산가능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을 나타내는 노년부양비(老年扶養比)도 2010년 15.0%에서 2050년 72.0% 수준으로 크게 높아져 복지 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7대 공적 연금·보험의 지출은 2010년에는 GDP의 6.0%에 불과했지만 2030년 이후 급증해 2050년에는 GDP의 17.8%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셋째, 복지 지출을 감당할 재원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 복지에 필요한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 세부적인 실행 방안을 짜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예산 가운데 낭비되는 부분을 줄이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예산 부처와 국세청 등 정부 기관을 동원해 복지 재원을 마련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정부 기관이 그동안 낭비 요인이 있는데도 가만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크게 의존하기는 힘들다.
GDP대비 국가채무 높진 않지만 증가속도 너무 빠른 게 문제
결국 세금을 더 걷는 방안을 깊이 있게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면 고소득자 증세, 부가가치세 2%포인트 인상, 법인세율 인상, 복지세 신설 등 다양한 증세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넷째, ‘눔프(NOOMP. Not Out Of My Pocket)’ 현상과 같은 국민의 증세에 대한 거부감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한다. 눔프 현상은 ‘복지 확대는 찬성하지만 내 부담은 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령 정부가 부가세를 2%포인트 올리려 하면 서민들은 ‘역진적’이라며 반대할 것이고 고소득자 증세와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서는 보수층과 경제단체가 반발할 게 뻔하다. 복지가 확대되는 만큼 세금 부담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솔직하게 알리는 용기 있는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하다. 복지지출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려면 GDP의 19% 정도인 우리의 조세부담률을 선진국 수준인 25% 정도로 점차 올려야 한다는 점을 국민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복지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이 중산층을 살리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에 따른 증세 필요성과 재정 부담, 국가 경제적 위험요인 등에 대해서도 국민에게 분명히 알려야 한다. 북유럽 국민은 조세부담률이 40%에 달해도 정부를 신뢰하고 불평하지 않는다. 내가 낸 세금이 다시 나에게 혜택으로 돌아온다는 점과 정부가 예산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집행한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도 국회와 정부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솔선수범해 예산을 아끼고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끌어올려야 한다. 그리고 나서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알려 나가야 한다.
문제는 내년 이후다. 올해 다양하게 제시된 대선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매년 10조~20조원가량의 복지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복지 지출 수준은 선진국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했을 때보다 낮은 건 사실이다. 복지 지출을 늘려야 할 객관적이고 논리적 이유가 있는 사업도 있다. 영·유아 보육 지원이 대표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저 수준인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영·유아 보육 지원을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가 복지 지출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 장애물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복지 서비스를 확대하기 전에 반드시 몇 가지 문제를 짚고 가야 한다.
퍼주는 복지 안돼…재원 대책이 우선
조세부담률 25%까지 올려야
첫째, 국가의 복지서비스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중·장기 복지 지출 계획이라고 할 수 있는 로드맵이 있어야 복지 지출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길을 잃거나 헤매지 않을 수 있다. 우리나라가 스웨덴과 같은 고(高)부담-고복지의 북유럽 모델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미국과 같은 저(低)부담-저복지의 영·미식 모델을 따라갈 것인가. 이 모델 역시 현재 국민의 복지에 대한 높은 요구 수준을 감안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현실적인 방안은 독일이나 프랑스와 같은 중(中)부담-중복지의 대륙형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9% 정도에 불과한 복지 지출을 당장 OECD 평균 수준인 20%가량으로 올릴 수는 없다. 현재 19% 정도인 국민의 조세부담률을 선진국 평균인 25% 정도로 높이기 위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둘째, 복지지출에 따른 재정 부담과 국가 채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내년 우리나라 재정의 가장 큰 특징은 6년 연속 적자 재정이라는 점이다. 내년에 복지를 비롯한 정부 지출 확대를 요구하는 여야의 목소리를 감안하면 재정적자 규모와 비중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서 밝힌 ‘GDP 대비 0.3%’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규모도 464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3.2%에 이를 전망이다. OECD 평균 국가채무 비율이 100%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기는 하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안심할 수 없다. 우리나라 국가채무의 문제점은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사실이다. 2000년 111조원에서 2013년 465조원으로 13년 만에 4.5배가량 증가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2000년 18.4%에서 2013년 33.2%로 크게 높아진다.
더 큰 문제는 공기업과 지방정부의 부채, 고령화, 복지수요 급증 등 미래에 다가올 위협 요인이 도처에 널려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줄어드는 반면 이들이 부양해야 하는 아동과 노인 인구 비율(총부양률)은 2016년 36.3% 이후 본격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생산가능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을 나타내는 노년부양비(老年扶養比)도 2010년 15.0%에서 2050년 72.0% 수준으로 크게 높아져 복지 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7대 공적 연금·보험의 지출은 2010년에는 GDP의 6.0%에 불과했지만 2030년 이후 급증해 2050년에는 GDP의 17.8%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셋째, 복지 지출을 감당할 재원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 복지에 필요한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 세부적인 실행 방안을 짜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예산 가운데 낭비되는 부분을 줄이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예산 부처와 국세청 등 정부 기관을 동원해 복지 재원을 마련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정부 기관이 그동안 낭비 요인이 있는데도 가만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크게 의존하기는 힘들다.
GDP대비 국가채무 높진 않지만 증가속도 너무 빠른 게 문제
결국 세금을 더 걷는 방안을 깊이 있게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면 고소득자 증세, 부가가치세 2%포인트 인상, 법인세율 인상, 복지세 신설 등 다양한 증세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넷째, ‘눔프(NOOMP. Not Out Of My Pocket)’ 현상과 같은 국민의 증세에 대한 거부감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한다. 눔프 현상은 ‘복지 확대는 찬성하지만 내 부담은 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령 정부가 부가세를 2%포인트 올리려 하면 서민들은 ‘역진적’이라며 반대할 것이고 고소득자 증세와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서는 보수층과 경제단체가 반발할 게 뻔하다. 복지가 확대되는 만큼 세금 부담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솔직하게 알리는 용기 있는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하다. 복지지출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려면 GDP의 19% 정도인 우리의 조세부담률을 선진국 수준인 25% 정도로 점차 올려야 한다는 점을 국민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복지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이 중산층을 살리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에 따른 증세 필요성과 재정 부담, 국가 경제적 위험요인 등에 대해서도 국민에게 분명히 알려야 한다. 북유럽 국민은 조세부담률이 40%에 달해도 정부를 신뢰하고 불평하지 않는다. 내가 낸 세금이 다시 나에게 혜택으로 돌아온다는 점과 정부가 예산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집행한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도 국회와 정부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솔선수범해 예산을 아끼고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끌어올려야 한다. 그리고 나서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알려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