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 "성장 발목잡는 경제민주화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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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인에게 바란다 - 경제전문가 릴레이 제언 (6)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기업 지배구조엔 모범해답 없어…위법 추정한 사전규제는 '득보다 실'
경제적 강자 견제 불가피하지만 '강자-약자 프레임'으론 경제 못살려
기업 지배구조엔 모범해답 없어…위법 추정한 사전규제는 '득보다 실'
경제적 강자 견제 불가피하지만 '강자-약자 프레임'으론 경제 못살려
18대 대선으로 뜨거웠던 올해,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후보들이 들고나온 화두는 ‘경제민주화’였다. 생경한 단어였던 ‘경제민주화’란 기치 아래 정치권은 대기업 규제, 복지 확대 등 공약을 쏟아냈다. 경제민주화만이 승자독식 시장경제의 횡포를 막고 서민의 삶을 도탄에서 구할 복음인 양 여겨졌고,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반민주, 기득권 옹호로 낙인찍혔다.
대선이 끝난 지금이 경제민주화가 한국 경제의 복음이 될 수 있는지 냉정하게 재평가해야 할 시점이다.
정치권은 헌법 119조 2항의 경제민주화 조항을 근거로 기업에 대한 규제를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판례를 통해 밝힌 것처럼 규제는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고려한 ‘과잉금지 원칙’의 틀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경제민주화 정책은 이 같은 헌법적 제약여건을 준수해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선거 기간 중 정치권은 경제민주화의 필요성만 강조하고 헌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시급히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경제민주화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헌법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할 것인지, 하지 말 것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보수와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두 대선주자가 격돌한 것만으로도 한국의 정치경제지형은 급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유권자가 한국 경제의 쏠림현상에 대해 큰 불만을 갖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치권은 그 쏠림현상의 원인으로 대기업 경제력 집중을 지목하고 그 해결을 위해 세 가지 방향으로 접근해왔다.
첫째,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사후적으로 입증해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거나 제재하는 방법이다. 둘째, 겉으로 불공정한 것처럼 보이는 행위가 나타날 경우 행위의 위법성을 추정해 과징금 등으로 제재하는 방법이다. 셋째는 위법행위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를 사전적으로 규제하는 것이다.
입증된 불공정 행위에 상응해 대가를 치르게 하는 첫 번째 방법은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방법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를 예로 들어보자.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납품단가를 깎는 행위, 오너가 재산을 빼돌리기 위해 혹은 경쟁 중소기업을 퇴출시키기 위해 내부거래를 하는 행위는 당연히 규제돼야 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부당성을 따지지도 않고 ‘후려치기’ 등 부정적 용어로 매도하며 부당한 것으로 취급해선 안 된다. 기업 활동에선 정상적인 납품단가 감액행위와 계열사 간 거래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방식의 규제는 순환출자 규제로 구체화되고 있다. 박 당선인은 기존 순환출자는 인정하되 신규순환출자는 금지한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출자총액제한은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야권 등의 기존 순환출자 해소 방안보다는 완화된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을 하고 있는 대기업 입장에서 신규순환출자 금지는 상당한 제약이 될 수 있다.
더욱이 기업 지배구조엔 해답이 없다. 경제현실에 가장 잘 적응하는 지배구조가 그 정답이고, 단 하나만의 정형화된 모범적인 지배구조는 없다. 기업집단의 구조 그 자체를 당연히 위법적인 것으로 보고 원인금지식 사전규제로 접근하려는 방법은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
실제 피라미드 출자에 기반해 오너가 지배하는 기업집단은 일본 도요타그룹, 독일 도이체방크그룹, 인도 타타그룹 등 세계 도처에서 발견된다. 순환출자 구조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크다고, 또는 기업집단 형태를 취한다는 이유만으로 사전적으로 규제하면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그 피해는 국민경제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사전적 규제보다 부당한 행위에 대해 피해자가 신속히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사법(私法) 집행 시스템을 강화하는 게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하다. 즉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한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협력 중소기업 약탈행위 등의 불법행위, 불공정거래 관행 등을 엄정히 처벌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고치고 이를 제대로 집행하는 게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높이고 공정경쟁도 확보하는 길이다.
대기업 규제만으로 경제민주화가 달성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환상이다. 강력한 규제가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이에 따른 협력 중소기업들의 일감 부족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더라도, 정작 내수기반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서민들의 팍팍한 삶은 별로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내수기반이 취약한 이유를 파고들면 영세 자영업자로 포화된 골목상권에 다다르게 된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도소매 숙박 음식업 등 일부 업종에 몰려 있고, 포화상태 속에 차별성 없는 경쟁이 결국 워킹푸어를 양산하고 있다. 이런 구조가 지속되는 이면에는 불합리한 세제, 서비스 빅뱅을 저해하는 행정편의적 규제, 창업훈련 부족 등의 난맥상이 얽혀 있다.
골목상권 보호만 외쳐대는 경제민주화는 진정한 해법이 아니다. ‘경제 약자=착한사람=피해자’란 등식에 기반한 경제민주화 프레임으로는 저성장 시대 초입에 서 있는 한국경제, 저출산 고령화의 쓰나미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밀려오는 한국 경제를 살릴 수 없다.
다가오는 저성장시대에 일자리-복지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전략은 무역과 내수의 양 날개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다. 잘나가는 수출을 더 잘되게 하면서 서비스산업 빅뱅 등으로 지지부진하고 영세한 내수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수출과 내수를 중시하는 쌍끌이 경제를 표방한 박 당선인의 공약은 이와 궤를 같이하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경제민주화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고, 추진해야 한국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경제민주화의 목표는 한국 경제 생태계의 건전성을 위협할 정도의 쏠림현상을 해소해 경제참여자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강자를 견제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겠지만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대기업의 일탈·탈법행위는 법으로 준엄하게 다스리고, 취약한 내수기반을 획기적으로 확충해 더 많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냄으로써 고용과 복지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경제민주화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대선이 끝난 지금이 경제민주화가 한국 경제의 복음이 될 수 있는지 냉정하게 재평가해야 할 시점이다.
정치권은 헌법 119조 2항의 경제민주화 조항을 근거로 기업에 대한 규제를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판례를 통해 밝힌 것처럼 규제는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고려한 ‘과잉금지 원칙’의 틀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경제민주화 정책은 이 같은 헌법적 제약여건을 준수해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선거 기간 중 정치권은 경제민주화의 필요성만 강조하고 헌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시급히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경제민주화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헌법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할 것인지, 하지 말 것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보수와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두 대선주자가 격돌한 것만으로도 한국의 정치경제지형은 급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유권자가 한국 경제의 쏠림현상에 대해 큰 불만을 갖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치권은 그 쏠림현상의 원인으로 대기업 경제력 집중을 지목하고 그 해결을 위해 세 가지 방향으로 접근해왔다.
첫째,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사후적으로 입증해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거나 제재하는 방법이다. 둘째, 겉으로 불공정한 것처럼 보이는 행위가 나타날 경우 행위의 위법성을 추정해 과징금 등으로 제재하는 방법이다. 셋째는 위법행위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를 사전적으로 규제하는 것이다.
입증된 불공정 행위에 상응해 대가를 치르게 하는 첫 번째 방법은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방법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를 예로 들어보자.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납품단가를 깎는 행위, 오너가 재산을 빼돌리기 위해 혹은 경쟁 중소기업을 퇴출시키기 위해 내부거래를 하는 행위는 당연히 규제돼야 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부당성을 따지지도 않고 ‘후려치기’ 등 부정적 용어로 매도하며 부당한 것으로 취급해선 안 된다. 기업 활동에선 정상적인 납품단가 감액행위와 계열사 간 거래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방식의 규제는 순환출자 규제로 구체화되고 있다. 박 당선인은 기존 순환출자는 인정하되 신규순환출자는 금지한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출자총액제한은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야권 등의 기존 순환출자 해소 방안보다는 완화된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을 하고 있는 대기업 입장에서 신규순환출자 금지는 상당한 제약이 될 수 있다.
더욱이 기업 지배구조엔 해답이 없다. 경제현실에 가장 잘 적응하는 지배구조가 그 정답이고, 단 하나만의 정형화된 모범적인 지배구조는 없다. 기업집단의 구조 그 자체를 당연히 위법적인 것으로 보고 원인금지식 사전규제로 접근하려는 방법은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
실제 피라미드 출자에 기반해 오너가 지배하는 기업집단은 일본 도요타그룹, 독일 도이체방크그룹, 인도 타타그룹 등 세계 도처에서 발견된다. 순환출자 구조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크다고, 또는 기업집단 형태를 취한다는 이유만으로 사전적으로 규제하면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그 피해는 국민경제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사전적 규제보다 부당한 행위에 대해 피해자가 신속히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사법(私法) 집행 시스템을 강화하는 게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하다. 즉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한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협력 중소기업 약탈행위 등의 불법행위, 불공정거래 관행 등을 엄정히 처벌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고치고 이를 제대로 집행하는 게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높이고 공정경쟁도 확보하는 길이다.
대기업 규제만으로 경제민주화가 달성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환상이다. 강력한 규제가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이에 따른 협력 중소기업들의 일감 부족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더라도, 정작 내수기반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서민들의 팍팍한 삶은 별로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내수기반이 취약한 이유를 파고들면 영세 자영업자로 포화된 골목상권에 다다르게 된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도소매 숙박 음식업 등 일부 업종에 몰려 있고, 포화상태 속에 차별성 없는 경쟁이 결국 워킹푸어를 양산하고 있다. 이런 구조가 지속되는 이면에는 불합리한 세제, 서비스 빅뱅을 저해하는 행정편의적 규제, 창업훈련 부족 등의 난맥상이 얽혀 있다.
골목상권 보호만 외쳐대는 경제민주화는 진정한 해법이 아니다. ‘경제 약자=착한사람=피해자’란 등식에 기반한 경제민주화 프레임으로는 저성장 시대 초입에 서 있는 한국경제, 저출산 고령화의 쓰나미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밀려오는 한국 경제를 살릴 수 없다.
다가오는 저성장시대에 일자리-복지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전략은 무역과 내수의 양 날개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다. 잘나가는 수출을 더 잘되게 하면서 서비스산업 빅뱅 등으로 지지부진하고 영세한 내수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수출과 내수를 중시하는 쌍끌이 경제를 표방한 박 당선인의 공약은 이와 궤를 같이하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경제민주화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고, 추진해야 한국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경제민주화의 목표는 한국 경제 생태계의 건전성을 위협할 정도의 쏠림현상을 해소해 경제참여자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강자를 견제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겠지만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대기업의 일탈·탈법행위는 법으로 준엄하게 다스리고, 취약한 내수기반을 획기적으로 확충해 더 많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냄으로써 고용과 복지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경제민주화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