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정책의 큰 그림은 ‘공정경제를 통한 경제성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경제민주화 조항을 헌법에 넣은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1년 전 영입해 경제민주화 공약을 마련하면서 총선과 대선 정국의 화두를 주도했다. 그게 당선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그 결과로 나온 게 35개 항목의 실천방안을 담은 경제민주화 공약이다. 경제민주화 공약은 △경제적 약자에 도움이 되고 △국민경제에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효과는 극대화하며 △대기업의 장점은 살리되 잘못된 점은 바로잡는다는 3대 원칙으로 이뤄졌다.

공약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게 순환출자 금지문제다. 김 전 위원장은 신규는 물론 기존 순환출자까지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박 당선인은 신규만 규제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박 당선인 뜻대로 신규 순환출자 금지만 공약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인수위 과정이나 제도 추진과정에서 다시 기존 순환출자까지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 당선인 핵심 정책 관계자는 “박 당선인이 생각을 지속적으로 밝혀온 만큼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가 다시 정책으로 반영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정책은 주로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추진될 전망이다. 민주통합당 등이 내세운 대기업 개혁보다는 공정경제, 공정경쟁에 방점이 찍혀 있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이 폐지된다. 지금까지는 시장거래의 불공정거래에 대해 공정위만 검찰에 고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는데, 이게 폐지가 되면서 감사원장 조달청장 중소기업청장 등도 불공정거래에 대해 검찰 고발이 가능해진다.

또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해당행위 금지를 청구하는 제도가 도입된다. 공정거래법을 위반할 경우 피해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배상해야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한 명만 소송을 걸어 이겨도 모든 피해자에게 적용되는 집단소송제도 시행될 전망이다.

중소기업이나 골목상권 보호도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에 포함돼 있다.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중소도시 대형마트의 신규 입점을 지역 협의체에서 합의된 경우에만 허용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부분은 현 정부의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기업의 장점은 살리되 불합리한 면은 바로잡겠다’는 게 박 당선인의 대기업 정책 기조다. 기존 순환출자 규제가 빠진 건 이 같은 원칙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아온 대기업 총수나 일가의 범죄에 대해선 단호한 입장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위반하면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최소 7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도록 하거나 총수 일가 및 지배주주,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선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한다고 공약집에 못박았다. 특히 총수의 경제범죄에 대해 집행유예 불가는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경제민주화 1호법안으로 이미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기업지배구조도 바꾼다.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 등은 독립성을 강화해 보유한 대기업 지분의 의결권을 경영진에 대한 찬성 일변도에서 자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되며, 집중투표제나 전자투표제 및 다중대표소송제 등도 도입돼 소액주주의 경영 참여도 확대되도록 할 방침이다.

한 대기업 안에 금융계열사와 산업계열사 간 분리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산업자본의 은행 보유 지분 한도를 현재 9%에서 4%로 낮추고, 금융계열사에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또 금융계열사의 비금융계열사 의결권 인정 한도도 현재 15%에서 1년마다 1%포인트 낮춰 정권 임기가 끝나가는 해엔 10%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