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바뀌면 정말 많은 게 달라진다. 대통령의 권한 집중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계산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청와대가 직·간접적으로 임명할 수 있는 자리만도 1만여개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새 대통령의 공약을 실천하고 이행하기 위해 어느 정도 변화는 불가피하다. 주기적 선거를 통해 새 대통령을 선출한다는 것 자체가 제도적 변화를 보장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변화가 언제나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정부조직 개편은 특히 그럴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 그리고 정보통신 전담 부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약속이 지켜지면 15부2처18청인 정부조직은 18부2처18청으로 확대된다. 그의 정부조직 개편 공약이 특이한 것은 ‘큰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민정부 출범 이후 역대 정권들이 명목상으로나마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내세웠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권 바뀔때마다 즉흥적 개편

물론 정부조직 확대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행정 수요가 변하면 조직 역시 바꿔야 한다. 그러다 보면 때로 ‘큰 정부’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박 당선인이 신설하겠다는 3개 부처가 꼭 필요한 것인지는 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작명에서부터 업무범위가 불명료하고 해양수산부와 정보통신부는 2008년 2월 MB정부가 출범하면서 없앴던 조직이다.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5년 전에 없앤 조직을 되살리는 게 과연 옳은지는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지금이 새로운 형태의 행정 수요에 시급하게 대처해야 하는 시점인지도 의문이다. 각국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글로벌 경기악화까지 겹치면서 정부 조직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도 예외일 수는 없다. 역대 정권의 정부조직 개편이 어떻게 이뤄졌고 결과가 어땠는지를 돌아보면 더욱 그렇다. 철학이나 이념 없이 몇몇 세력의 입맛에 맞춰 즉흥적으로 단행됐던 게 대부분이다. 작은 정부가 필요하다고 부처 통폐합을 했다가 특정 분야 육성이 필요하다며 다시 조직을 쪼개는 일이 반복돼왔다. 그러다보니 1948년 정부 수립 후 지금까지 명칭과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부처가 국방부 법무부 정도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장관 임기도 평균 14개월로 짧은데 부처가 수시로 이합집산을 하니 정책 일관성이나 안정성은 생각하기조차 어렵다. 행정낭비와 비효율은 말할 것도 없고 공무원과 민원인 모두를 피곤하게 만드는 일이 과거 수십년간 계속돼 왔던 셈이다.

정책 일관성 잃고 비능률 극심

그렇지 않아도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으로 공직사회가 이래저래 어수선한 시기다. 당선인의 복지 공약 실천을 위해서는 내년부터 매년 10조~20조원의 예산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또 다시 비용과 혼란을 초래할 정부조직 개편을 꼭 대대적으로 해야 할까. 더욱이 조직 축소도 아닌 확대는 결국 공무원 증원과 예산 증가를 수반하게 마련이다. 정부 조직이 만들어지면 밖에서는 그것에 맞춰 이권 조직이 또 생겨난다. 아니 그런 이권조직들이 정부 조직개편론을 부추긴다.

임기 말로 갈수록 야금야금 늘어나는 게 정부조직의 특성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큰 정부’를 지향하면 나중에 뒷감당이 안 될 수도 있다. 혹시 대통령이 바뀌면 정부 조직도 당연히 개편해야 한다는 생각들은 아닌지 모르겠다. 바꾸지 않는 게 더 나을 때도 많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