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후 첫 행보를 ‘민생’으로 잡은 데 이어 재계를 만나기로 했다. 박 당선인은 26일 중소기업중앙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잇달아 방문, 회장단과 간담회를 갖는다. 민생과 경제살리기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당선인이 재계를 만나는 것은 지난 11월8일 경제5단체장과 간담회를 가진 이후 두 번째다. 당선인 신분으론 처음이다. 과거에도 대통령 당선인들은 선거 후 재계와 회동을 가졌다. 5년 전 이명박 당선인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출범시키자마자 첫 행보로 전경련을 방문, 재계 총수들과 면담을 갖고 ‘비즈니스 프렌들리’ 원칙을 처음 밝혔다.

이날 전경련 회장단과의 간담회에는 해외 체류 등으로 참석할 수 없는 회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회장단이 참석한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외에 4대그룹에서는 총수(이건희 회장)가 해외 출장 중인 삼성그룹을 제외한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LG그룹 구본무,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모처럼 얼굴을 맞댄다. 삼성에서는 이 회장을 대신해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등도 간담회에 나온다.

박 당선인 측에 따르면 당선인은 전경련 회장단과의 만남에서 두 가지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이고, 두 번째는 경제위기 극복이다. 첫 번째는 박 당선인이 대선 기간 줄곧 강조해온 경제민주화 원칙과 관련된 것이다.

당선인 측 한 관계자는 “경제민주화와 상생이 차기 정부에서 중요한 가치라는 게 당선인의 철학인 만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존과 골목상권 보호 문제 등에 대한 당선인의 생각을 가감 없이 전달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또 “근로자 입장을 고려해 구조조정과 해고 등을 최대한 자제해주고 일감과 일자리 나누기, 근로시간 단축, 임금조정 등을 통해 고통을 분담하고 같이 어려움을 이겨나가자는 메시지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 당선인은 11월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도 “대기업에 계신 분들도 고군분투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중소기업과 어떻게 하면 함께 사는 길을 찾을 것인가,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을 어떻게 보호하면서 나아갈 것인가 하는 사회적 책무에 대해서도 대기업에서 힘써 줄 것을 당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다만 대선 기간 중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제시한 과제 가운데 재계가 우려하는 신규 순환출자 해소와 금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사에 대한 소유 규제) 강화 등에 대해선 일방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재계의 의견을 청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경제민주화가 특정 대기업을 때리거나 기업들을 편가르기하는 것은 아니며,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라는 평소 지론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당선인이 재계에 던질 두 번째 메시지는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동참 촉구다. 당선인 측 관계자는 “3분기 성장률이 최근 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경제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앞장서 달라고 주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선인이 제시한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고) 원칙이 아직 유효하다는 입장인 만큼 정부도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기업이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경련 회장단은 간담회에서 국내외 경기가 어렵고 내년 전망도 불투명한 만큼 박 당선인이 앞으로 경제를 살리는 데 정책의 최우선점을 둘 것을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상견례 성격의 자리인 만큼 금산분리 강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박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내건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 등 민감한 내용에 대해선 별도의 얘기를 전달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은 간담회가 끝난 뒤 공식 브리핑을 열고 논의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박 당선인은 경제가 어려운 만큼 경제위기 극복에 재계가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계도 경제를 살리는 데 앞장서겠다는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종태/이건호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