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세를 구가하던 막걸리 수출이 된서리를 맞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수출은 3500만달러, 2700만ℓ로 각각 28.7%, 29.5% 급감했다. 수출액이 2010년 204.2%, 2011년 176.3% 급증했던 것에 비하면 가히 충격적이다. 내수 역시 2009, 2010년에는 연평균 50% 이상 급성장했지만 2011년 중반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둔화돼 올해 출하량은 6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막걸리 세계화를 기치로 내걸고 수출과 내수 모두 호황을 누리던 막걸리 인기가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저알코올 시장의 경쟁이 격화됐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와인(16.4%) 맥주(23.6%) 사케(70.2%)의 수입이 늘고 가격도 내려가면서 선택의 폭이 크게 넓어졌다. 일본의 반한(反韓) 감정도 수출이 감소한 이유다. 그러나 막걸리의 ‘단명’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술 자체는 우수하다 하더라도 품질관리나 병 디자인 등은 크게 개선된 것이 없다. 찌꺼기가 가라앉는 것도 단점이다. 깔끔한 일본식 술집에서 사케를 즐기는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과도 거리가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포괄하는 근본 문제는 치열한 경쟁이 없다는 점이다. 막걸리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대기업 투자가 막혀 있다. 국내에만 800여개의 업체가 있지만 제대로 된 경쟁은 없다. 규제를 통해 과점을 누려온 국산 맥주가 맛이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오죽하면 국내 수위 막걸리 업체인 국순당의 배중호 사장이 “막걸리가 살아나려면 시장 규제를 풀어 대기업이 들어와야 한다”고 말하겠는가. 그래야만 고급화 등을 통해 사케 맥주 와인과의 경쟁도 가능하다. 와인처럼 지역 특유의 스토리를 입히는 일도 생각해 봄직하다. 막걸리가 전열을 재정비해 명실공히 한국 대표 술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