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교통법규 위반으로 걸린 한국인이 급한 나머지 경찰관에게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See me once!” 그러자 “No soup!”라는 대답과 함께 딱지를 떼이고 말았다.” ‘한번 봐달라’는 말에 ‘국물도 없다’고 응수한 것을 ‘콩글리시’로 표현한 유머다.

우리는 별 생각없이 쓰고 있으나 영국이나 미국인들은 잘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는 의외로 많다. 와이셔츠는 dress shirts, 미팅은 blind date, 커트라인은 cutoff point, 커닝은 cheating, 아르바이트는 part-time job이라야 뜻이 통한다. 우리는 힘내서 잘싸우라는 의미로 ‘fighting’하고 외치지만 그들은 그저 ‘치고 때리는 것’으로 받아 들이기 쉽다.

중국식 영어 ‘칭글리시’는 한 술 더 뜬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 때 관광식당 메뉴판에 ‘fried enema(관장(灌腸) 튀김)’, ‘the jew’s ear juice(유대인 귀 쥬스)’ 따위가 버젓이 올랐었다. 소시지 튀김, 버섯 음료를 각각 그렇게 표현했다니 영어권 관광객들은 아연실색했을 게다. 하긴 우리도 칼국수를 ‘knife-cut noodles’, 육회(肉膾)를 ‘six times’로 표기한 식당이 있었으니 남 흉볼 일만도 아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막걸리를 ‘drunken rice(술 취한 쌀)’라 부르자고 제안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상한 영어’도 쓰기 나름인 모양이다. 콩글리시를 비롯 인도어권의 힝글리시, 스페인어권의 스팽글리시 등이 영어 표현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는 해석이 영어학자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BBC가 보도했다. 다른 문화권 언어들 속에서 영어의 새로운 표현들이 계속 창조되며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BBC는 콩글리시 중 스킨십(skinship)을 소개하며 ‘친밀한 신체 접촉’을 뜻한다고 풀이했다. 외교관들이 별도로 배울 만큼 사용자가 많은 힝글리시에서는 처남-매부처럼 결혼으로 맺어진 남자형제를 brother-in-law 대신 co-brother로 표현한다.

언어는 살아 있는 유기체여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일정한 지침은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형식에 얽매인 언어정책은 말의 다양성을 훼손하게 된다. 1986년 외래어표기법이 제정되면서 ‘자장면’이란 생뚱맞은 말로 바뀌었다가 25년 만인 작년에야 간신히 원래 이름을 찾은 ‘짜장면’의 사례가 지금도 생생하다.

다른 나라에서 족보도 없이 만들어진 ‘변종 표현’조차 존중하려는 그들의 개방적 자세가 신선하다. 그나저나 당당하게 콩글리시를 쓰며 영어권 나라들을 여행할 날이 언젠가 오는 건 아닐까.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