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자유민주당 총재(사진)가 26일 열리는 특별국회에서 제96대 총리에 취임한다. 자민당의 재집권은 2009년 9월 이후 3년3개월 만이다. 아베 총재는 2006년에 이어 두 번째 총리 자리에 앉는다. 세계 제2차대전 이후 두 번 총리를 역임한 일본 정치인은 지금까지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한 명뿐이었다.

아베 총재는 공식 취임을 앞두고 조각 작업도 마무리했다. 내각의 핵심인 부총리 겸 재무·금융상에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를 임명했고, ‘총리의 부인’으로 불리는 관방장관에는 심복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간사장 대행을 내정했다. 외무상에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국회대책위원장을 발탁했다.

교과서 검정제도 개편 등 ‘교육개혁’을 주도할 문부과학상과 ‘아베노믹스’를 뒷받침할 경제산업상에는 각각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전 관방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전 정조회장을 앉히기로 했다.

이 밖에 법무상에는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전 자민당 총재, 후생노동상에는 다무라 노리히사(田村憲久) 전 총무 부대신, 국토교통상에는 공명당의 오타 아키히로(太田昭宏) 전 대표 등을 임명했다. 당직은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 대비해 크게 손을 대지 않았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간사장과 다카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부총재 등 핵심 자리는 모두 유임됐다.

아베 정권은 출범 초기부터 대내외적인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삐 움직일 전망이다. 최우선 정책은 경기 부양이다. 다음달 하순 소집되는 정기국회에서 10조엔 규모의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5월엔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외교적으로는 다음달 말로 예정된 미국 방문이 가장 큰 행사다. 2월에는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베 총재는 시급한 민생 현안인 경기 부양에 행정력을 집중해 내년 7월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뒤 교육개혁, 헌법개정 등 극우적 공약들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참패한 민주당은 25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의 후임으로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전 경제산업상을 새 대표로 선출했다. 6선 의원인 가이에다는 게이오대를 졸업한 경제평론가 출신으로, 1993년 중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진출한 뒤 민주당 정조회장 등을 거쳐 경제재정상과 경제산업상을 역임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